우리의 어두운 자화상, 하루 쓰레기 배출량 세계 제1위.
한 마디로 아끼고 절약할 줄 모르는 국민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식탁이나 과대포장, 새 것만을 찾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다.
이런 가운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쓰레기 줄이기 운동’은 언론매체들의 대대적인 홍보와 여기에 따른 시민의식의 전환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우리의 부끄러운 1등의 모습들은 ‘커다란 성과’라는 찬사 뒤에 숨겨진 채 아직도 가정과 마을, 직장 곳곳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단독주택 및 새로 들어선 다세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 어귀에 플라스틱 바구니가 몇 개 놓여있다. 팻말에 캔류, 종이류, 헌옷류라고 써져 있지만 실제로 바구니에 담겨져 있는 쓰레기는 먹다버린 과자봉지, 담배꽁초, 휴지조각들뿐이다. 심지어는 시커먼 비닐봉지에 물이 흘러나오는 젖은 오물도 던져져 있다. 팻말에 맞게 모아진 쓰레기도 담겨 있지만 매우 어지럽게 헝클어져 있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아무거나 버려도 될 쓰레기통처럼 보인다.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한다는 측면에서 분리수거에 대한 관심도 있고 실천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만 하면 뭐합니까? 집안에서 어렵게 분리수거해서 밖에 갖다 놓으면 어느새 어지럽혀지고 아무 쓰레기나 담겨지는 걸요”
이연희(34세)주부는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고 안하는 사람은 신경도 안 쓰는 것”이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쓰레기 줄이기 운동이라는 강한 열풍이 불어 닥쳤다.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 2.3kg으로 세계 제1위. 쓰레기 후진국이라는 창피함과 더불어 쓰레기로 인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죽어가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릴 곳도 없다는 절박한 인식아래 시작된 운동이었다.
이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1일 쓰레기 발생량은 3만2천t.8t트럭 4천여 대가 퍼 날라야 하는 거대한 양이었다.
1천만명이 살기에도 좁은 이 서울 어딘가에 4천여대 분의 쓰레기가 매일 버려졌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3만2천t의 내용물은 무엇이었을까?
종류별로 발생량을 추이해 보면, 폐지 헌옷 고철 캔류 등 재활용품이 3천8백t(12%)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탄재가 6천t(19%), 기타 쓰레기는 2만2천2백t이 발생했다. 만약 나무젓가락, 종이컵 등 1회용품과 과대포장을 삼가하고 먹을 만큼의 양만 접시에 담았더라도 쓰레기의 양이 이보다 현저하게 줄었을 것이다. 서울시가 추정하기로는 버릴 것과 재활용 할 것을 나누게 되면 현재 쓰레기의 20%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쓰레기를 제일 많이 버리는 국민이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쓰레기도 또 하나의 자원”임을 인식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돼 왔었다. 적어도 지난해까지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실천은 부족한 것”이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92년말 전국 주부교실 경기도지부가 성인남녀 7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7백29명중 96%가 재생용품을 알고 있고 73%가 장바구니가 필요하며 75%가 알루미늄 캔이 재활용에 유용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자원재활용의 필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독주택에 사는 84%가, 공동주택에 사는 72%가 분리수거가 안 되고 있다고 답해 그 실천은 아주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쓰레기를 줄이는 길은 쓰레기를 안 버리고 재활용하는 것이며 따라서 여기에는 반드시 쓰레기 분리수거가 뒤따른다. 자원재활용의 첩경인 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실천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분리수거를 해 놓아도 어떻게 언제 거둬 가느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명동본당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활용품 모으기 운동의 일환으로 빈 캔 모으기를 실시했으나 막상 모아놓은 캔 중에서 한국자원 재생공사가 돈이 되는 맥주캔만을 수거해 갈 것을 고집해 분리수거의 열기를 떨어뜨린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러한 쓰레기 분리수거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효과적인 분리수거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워야 하며 특히 우리 실정에 맞는 분리수거 체계와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리수거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실천 없이는 쓰레기 천국이라는 우리의 불명예를 씻을 수 없다.
특히 각 본당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자원재활용은 신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우이웃돕기, 성당보수공사 등을 위해 모아지고 있는 각종 폐지 우유팩 캔 등을 집에서 분리수거, 성당에 올 때 가지고 나오면 간편하다.
의류 책 등은 본당을 중심으로 알뜰 바자를 열어 서로 바꿔 입고 나눠 읽으면 쓰레기 줄이기 운동뿐만 아니라 본당 신자들 간의 친교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이들 본당들은 본당 노인단체나 봉사팀을 조직, 모아진 쓰레기를 정확하게 분리수거하고 있기도 하다.
가정에서는 또 과대포장한 물건 안사기, 일회용품 사용 안하기, 장바구니 들고 시장가기, 재생용품 구입 사용하기 등을 실천하고 직장에서는 이면지 사용, 1회용컵 대신 개인컵 사용하기, 재생종이 사용하기, 볼펜은 심을 갈아 끼워 사용하기 등을 통해 쓰레기 줄이는 운동에 적극 앞장설 수 있다.
특히 시계 라디오 등의 가전제품과 무선호출기에 충전식 건전지를 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1회용 건전지 사용을 통해 망간 납 수은 등 각종 금속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효과적인 분리수거 요령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분리수거를 통한 자원재활용이다.
시민 한 사람이 하루에 2백g의 쓰레기를 분리하여 수거하면 1년에 3백만톤의 쓰레기가 자원으로 재활용됨으로써 2천5백억원이라는 자원을 절약하게 된다. 또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이 약 4백억원이나 절약되며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어 쓰레기 매립장의 수명이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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