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식민지역사박물관 내부 전시장.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 일제 침략전쟁 총동원체제 등이 전시될 계획이다.
식민지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시민들의 연대를 불러일으키는 박물관이 개관한다.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함세웅 신부)와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이사장 함세웅 신부)이 추진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바로 그것.
경술국치 108주년이 되는 8월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청파로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서 개최하는 개관식을 시작으로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일제 식민지 역사를 기억하고, 시민의 힘으로 일군 과거 청산을 기록해 시민을 위한 역사교육 기관 역할을 짊어진다.
그간 자세히 조망하지 않았던 친일 잔재들과 식민지 상황에 관한 전시를 선보여 숨쉬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모금액으로 건립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2007년 역사관 준비위원회를 기틀로 2011년 역사관 건립위원회를 발족한 후 11년 만에 열매를 맺는 만큼 많은 이들의 노력과 도움이 바탕이 됐다. 건물 매입과 박물관 공사비용으로 책정한 금액은 총 60억 원으로 상당 부분 금액은 시민 모금 15억 원, 일본 시민과 단체 모금 1억300만 원, 친일인명사전, 앱 판매기금 11억 원, 법인 출연금 16억 원을 통해 구성됐다. 현재까지 모금에 참여한 인원은 약 5000명이다. 특히 송기인 신부(부산교구 원로사목자)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 받았던 2년간 급여 전액을 기부함으로써 식민지역사박물관이 틀을 잡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적잖은 모금액이 모였지만 아직 목표하는 금액은 상당 부분 남은 상황이다.
그간 역사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동안 뉴라이트 역사논쟁,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 등 크고 작은 일로 인해 왜곡된 역사에 목소리를 높이느라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와 같은 사건은 ‘시민의 힘’으로 이루는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의의에 힘을 더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에는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 일제 침략전쟁 총동원체제, 한 시대 다른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 행동하는 시민과 전진의 역사 등이 전시된다. 표면적으로 역사를 조망하기보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현재 직면한 문제들까지 폭넓게 담아 입체적으로 ‘시민 연대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들어선 건물은 지상 5층 규모로 1층은 기획전시실과 교육·나눔 공간으로 사용된다. 2층은 상설전시실로, 3층은 민족문제연구소와 재단 사무실, 4층은 자료실과 수장고, 5층은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물의 수집과 보존, 전시라는 단순한 박물관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박물관, 문화공연 등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 설립됐다. 한국 근현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 해명하고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는 등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앞장서고 있다.
※모금계좌: 우리은행 1006-401-235747 시민역사관건립(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