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 또다시 피어난 꽃동네 영성 ‘추기경 김수환 센터’ 축복 (상)
에이즈 감염된 고아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다
꽃동네, 2007년 우간다에 수도자 파견
2015년 행려병자 위한 ‘사랑의 집’ 완공 후
이번에 ‘추기경 김수환 센터’까지 세워
재단법인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이사장 오웅진 신부)은 8월 18일 아프리카 우간다 리안톤데 키루후라에 ‘추기경 김수환 센터’를 축복했다. 2009년 세워진 카라마 ‘사랑의 집’에 이은 우간다 내 두 번째 에이즈 감염 고아 복지시설이다. 이로써 꽃동네는 우간다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고아들에 대한 복지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꽃동네가 우간다에 추기경 김수환 센터를 축복하기까지 걸어온 길을 살펴본다.
●우간다 꽃동네가 걸어온 길
재단법인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이사장 오웅진 신부, 이하 꽃동네)과 우간다의 인연은 2007년 1월 우간다 움바라라(Mbarara)대교구가 현지 진출을 요청해 오면서 시작됐다.
이에 꽃동네 수도자들은 그해 5월 현지답사에 나섰고 에이즈 진료소와 국립병원, 또 에이즈 환자들이 사는 시골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당시 우간다에는 에이즈 환자가 인구의 10%를 넘는 가운데 특히 모체 감염 에이즈 고아들이 많았다. 단돈 5달러가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죽음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했다.
마침내 수도자 파견이 결정됐고, 2007년 5월 움바라라대교구장 폴 K. 바쳉가(Paul K. Bakyenga) 대주교의 공식 초대 속에 꽃동네 형제·자매회에서 각각 수사 2명, 수녀 2명이 우간다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움바라라대교구 카라마(Karama) 지역 ‘예수 아후이레’(YESU AHURIRE Community Karama) 피정 센터에 머물며 우간다 꽃동네 설립을 준비했다.
먼저 시작한 일은 구호가 급한 에이즈 고아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해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죽어갔다. 용지를 마련하고 시설을 지을 시간이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수도자들은 지역 내 폐교 시설을 발견하고 교구 허락을 얻어 건물 보수에 들어갔다. 그리고 위독한 에이즈 고아들을 데려왔다. 우간다 꽃동네의 출발이었다.
수도자들의 보호 속에 적절한 약물치료와 영양을 공급받은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교구는 폐교 부지 내 일부 공간을 제공했고 꽃동네는 여자아이 동, 남자아이 동, 주방 건물 등 세 동으로 구성된 ‘사랑의 집’을 신축했다. 이 건물은 2009년 1월 9일 준공식을 했다.
2009년 1월 움바라라대교구장 폴 K. 바쳉가 대주교는 키루후라(Kiruhura) 지역에 교구 소유의 초지 32만 평을 연간 사용료 1달러, 즉 무상 임대 형식으로 꽃동네 측에 제공했다. 꽃동네 수도자들의 헌신적 노력에 대한 교구의 배려였다.
이에 꽃동네는 수도자들을 추가로 파견하는 한편 수도자 숙소를 신축했다. 이 건물은 2012년 축복식을 거행했다. 이때 행려병자들을 위한 ‘사랑의 집’ 기공식도 열렸다.
2013년부터는 코이카 우간다 지사와 협약을 맺고 지역 에이즈 방문 프로그램인 ‘에코 프로젝트’(Essential Care Hope for Orphan, 이하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가정 방문을 통해 에이즈로 고아가 됐거나 교육이나 위생, 주거 환경 여건 등이 열악한 아동들을 돕는 이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꽃동네 자체 사업으로 전환돼 운영 중이다. 현재 1600여 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2015년 4월 21일 행려병자들을 위한 ‘사랑의 집’이 완공됐고 아울러 ‘추기경 김수환 센터’ 기공식도 함께 진행됐다.
현재 우간다 꽃동네에는 수사 3명과 수녀 5명이 활동하고 있다.
8월 18일 우간다 키루후라에서 열린 꽃동네 ‘추기경 김수환 센터’ 축복식 중 움바라라대교구장 폴 K.바쳉가 대주교(왼쪽에서 다섯번째), 오웅진 신부(바쳉가 대주교 왼쪽), 주우간다 교황대사 마이클 블루메 대주교(바쳉가 대주교 오른쪽)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 색줄을 자르고 있다.
8월 18일 ‘추기경 김수환 센터’ 축복미사 중 움바라라대교구 마탈스본당 어린이들이 성가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오웅진 신부가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보낸 성금을 카라모자 지역 존 비아바감비 장관과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움바라라대교구장 바쳉가 대주교
꽃동네 수도자들 헌신에 감동
내전의 아픔 사랑으로 보듬어
“오늘 축복식을 가진 추기경 김수환 센터가 앞으로 기존에 꽃동네가 세운 복지시설들과 함께 우간다 복지 활동의 씨앗이 돼 한국의 꽃동네처럼 가난하고 버려진 이들을 돕고 사랑을 나누는 터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간다 움바라라대교구장 폴 K. 바쳉가(Paul K. Bakyenga) 대주교는 지난 2007년 꽃동네를 교구에 공식 진출토록 한 장본인이다. 2006년 세계 에이즈의 날 콘퍼런스에 꽃동네 수도자들을 초대한 것이 계기였다.
바쳉가 대주교는 “두 가지 측면에서 꽃동네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나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마음만으로 먼 아프리카 대륙까지 기꺼이 와준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젊은 남녀 수도자들이 생을 바쳐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꽃동네 수도자들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서로 존경해야 하는지 알려줬다”면서 “‘행동하는 사랑’을 그야말로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행사에 참여하며 교구 일을 마치 자신들 일처럼 여기는 꽃동네 수도자들의 열성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이즈 감염 고아들을 돌보는 수도자들의 헌신은 놀랍습니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장면들이었습니다. 내전의 아픔이 있는 땅을 사랑을 통해 평화의 땅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꽃동네를 접하고 오웅진 신부를 만난 후 사랑을 나누기 위한 병원과 대학을 세우는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는 바쳉가 대주교. “한 사람도 버려지는 이들이 없도록, 또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오 신부의 믿음은 특별한 것 같다”고 했다.
추기경 김수환 센터 축복식을 통해 이 센터 옆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에이즈 아동 학교 설립 추진이 공표된 데 대해 “앞으로 일선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나의 이름을 통해 계속해서 어려운 이를 돕게 됐다는 의미”라며 “매우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간다 키루후라의 ‘추기경 김수환 센터’ 전경. 꽃동네 제공
아프리카 우간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