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대회 참석차 방한한 프랑스 ‘떼제공동체’ 알로이스 원장 수사
“한반도 평화의 여정에 관심… 신뢰 없이는 화해 어려워”
1940년 시작한 교회 일치 공동체
불교·이슬람 등 타종교 신자도 환대
떼제공동체 알로이스 원장 수사는 “역사의 상처가 화해와 용서 속에 치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다. 유럽에서 교회의 위기는 이미 모두가 너무 익숙해져버린 ‘오래된 위기’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떼제’(Taizé)에는 매주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기도와 성찰, 나눔을 위해 배낭과 침낭을 짊어진 채 찾아온다.
떼제공동체는 1940년 로제 수사가 시작한 에큐메니칼 국제 수도 공동체다. 로제 수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한복판에서 화해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를 세우고자 난민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떼제에서는 모든 대륙, 수많은 교파에서 모인 백여 명의 수사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떼제의 영성은 무엇보다 ‘화해와 용서’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국제 청년 기도회에 참석한 후 방한한 떼제공동체 알로이스 원장 수사를 8월 1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만나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극복하는 ‘화해와 용서의 영성’에 대해 물었다.
알로이스 수사는 먼저 “매주 떼제를 찾는 아시아 사람은 한국인들밖에 없다”며 “한국 사람들 안에 화해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떼제에서도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평화를 향한 여정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화해는 언제나 일련의 위험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화해 말고 다른 길은 없습니다.”
알로이스 수사는 “역사의 상처 때문에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 상처가 화해와 용서 속에 치유될 수 있음을 믿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벽을 허물고 모든 그리스도인을 받아들이는 에큐메니칼 공동체로서, 외국인과 난민을 환영하는 마을로서 떼제는 자주 반대에 부딪혔고 갈등도 겪어야 했다. “화해를 살아가면서 항상 반대가 있었습니다. 또한 화해를 말하면서도 부분적인 화해에 머무르려는 경향과도 맞서야했습니다.”
떼제는 화해를 실천하는 삶을 위해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마을에 받아들였다. 불교 신자나 무슬림들도 떼제를 방문한다. 떼제가 최근 맞이한 난민의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문화가 서로 만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시대의 징표입니다.” 떼제에서도 처음 수단 출신 난민 청년들을 맞이할 때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이 올지 모르고, 우리가 서로 얼마나 다를지 모르니까요.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정말 좋은 친구가 됐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격적 만남입니다. 물질적 지원보다 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로이스 수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난민을 직접 찾아가 만나보라고 조언한다. “어떤 일도 우선은 만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만나서 얘기를 듣고, 그 다음엔 식사를 같이 하십시오. 그러면 그 다음이 시작될 것입니다.”
알로이스 수사는 “복음은 모든 경계를 넘어서게 하고 신뢰는 모든 과정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신뢰가 없다면 화해를 이루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떼제공동체의 유일한 계획은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것입니다. 신뢰와 화해 안에 복음의 가치가 있습니다.”
알로이스 수사는 8월 11~15일 서울에서 열린 제4회 한국청년대회에 초청 받아 한국을 찾았다. 방한 기간 중 14일 오전 11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고 15일 오후 7시에는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일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주례하기도 했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