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교회 성당의 구조적인 특징 중 하나는 신자들이 모여 있는 회중석과 성직자들이 전례를 집전하는 지성소를 이콘 칸막이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 칸막이는 구약에서 지성소와 성소를 분리한 성전휘장을 상징한다.
이콘 칸막이는 제단 앞의 휘장을 열고 닫을 때 거행되는 전례상의 의식과 더불어 성찬의 신비적 종말론적 성격, 즉 역사의 완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칸막이는 각 지방과 전례에 따라 높낮이가 다르고 어떤 곳에서는 이 칸막이 상단 부분의 그림이 그 위의 천정이나 뒷벽에 프레스코화나 모자이크로 대치되기도 한다. 대개 그리스 지역에서는 낮고 대리석 등으로도 만들어지며 2단 정도이나 러시아 지역에서는 거의 나무로 만들어지며 높이도 높아 16세기 초엽에는 5단 높이로까지 발달하여 그 맨 윗단이 천정에까지 닿아있기도 하다.
여기서는 5단으로 제작된 경우를 예로 들어 각 단의 이콘의 배치를 설명하기로 하겠다. 이 5단의 이콘 칸막이에 배열된 개개의 이콘들은, 각기 신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전체적으로 구세사의 깊은 의미가 서서히 현현되어져 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권(主權)의 단
이콘 칸막이의 제1단은 ‘주권의 단’이라 불리는데, 그 중앙과 좌우에는 문이 3개가 나 있으며 그 중 중앙의 문은 ‘왕문’이라고 하는데 주교와 사제가 출입한다. 이 왕문은 사제가 고귀한 성체와 성혈을 신자들에게 나누어 줄때 ‘임금이신 그리스도께서 이 문을 통해 우리에게 성체 성혈의 성사로 오신다’는 뜻에서 왕문이라고 부른다. 이 왕문은 다시 3단으로 나뉘는데 맨 상단에는 수태고지 장면으로 성모와 가브리엘 천사가 그려져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시는 시간을 나타내고, 그 아래에는 15세기경까지는 동방교회의 성체성사 전례문의 제정자인 성요한 크리소스토모와 성 바실리오가 그려져 있었으나 그 후 이를 대신하여 복음사가 성 마태오, 성 마르코가 그리고 성 루가와 성 요한이 사람이 되신 ‘말씀의 증인’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임금문 오른쪽으로는 주 예수 그리스도, 부제문, 성 스테파노가 배치되며 옆으로는 그 성당의 주보성인상이나 그 지방에서 특별히 공경하는 성상들이 차례로 그려진다. 여기서 스테파노가 그려지는 것은 그가 첫 부제였으므로 왕문 옆의 부제문 옆에 그린다. 그리고 왕문 왼쪽으로는 성모자, 프로스코미디아문, 성 미카엘 천사 그리고 기타 성인이 차례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중앙 왕문 위에는 성찬의 성화가 놓여지고, 때로는 그 대신에 주님이 성체와 성혈을 제자들에게 분배해 주시는 그림이 두 폭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는 지성소 안에서 거행되는 성찬예식의 기원과 신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성취의 단
그리고 그 위의 제2단은 ‘성취의 단’이라 하는데 중앙에는 왕 또는 주교의 복장을 한 주님이,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그리스도를 향하여 손을 내밀고 있는 성모가, 그리고 그 옆에는 대천사 성 미카엘, 사도 성 베드로와 기타 성인들이 그리스도를 향하여 나란히 서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왼편에는 세자 요한이 주님을 향하여 서 있으며, 이어 대천사 성 가브리엘, 성 바오로, 기타 성인들이 중앙의 주님을 향하여 기도하는 자세로 각각 늘어 서 있다. 이렇게 모든 이가 중앙의 그리스도를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데에시스라 하는데 이 데에시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그리스 어 데오마이는 기원(기도)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주님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두 번째는 종말의 심판과 종말론적인 박해와 죄악에 빠져 드는 우리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천상교회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축일 형상화
그리고 그 위의 제3단에는 그리스도와 성모의 구속사적인 현의를 나타내는 교회의 중요 축일들이 그려지는데, 역사적 전례 주기적(동방교회의 전례력은 9월부터 시작된다)으로 진행됨을 나타내고, 궁극적으로는 교회의 종말적 완성의 길로 가는 진로를 표시하며 좌측에서 우측으로 그려진다. 대개 작은 성당은 12개가 그려지고 큰 성당은 16~17개의 축일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는 각 지역과 성당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하다. 이 축일의 이콘은 성화상 파괴 논쟁 기간에 수도자들이 작은 책속에 그리던 세밀화에서 비롯되었는데, 성화상 파괴논쟁이 종식된 후 크게 그리기 시작하여 오늘날 볼 수 있듯이 성화상 칸막이에 부착되기에 이르렀다.
예언자들의 단
또 그 위의 제4단은 ‘예언자들의 단’이라고 불리는데 그 중앙에 아기 예수님을 가슴에 품으시고 팔을 벌리고 계신 표상의 성모(즈나메니에 유형의 성모)가 그려지고 그 좌우에는 옛 구약의 예언자들이 그려지는데 이사야만이 빠져있다. 이는 이사야서 17장14절의 “주께서 몸소 징조를 보여 주시리니,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는 예언의 완성을 표시하는 것으로써 중앙에 그려진 표상의 성모 자체가 예언의 완성과 이사야 예언서와 그 자신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중앙의 성모 좌측에는 다윗, 즈가리아(세레자요한의 아버지), 모세, 사무엘, 나홈, 다니엘, 하바꾹 등 7인이, 그리고 성모의 우측으로는 솔로몬, 에제키엘, 하가, 엘리아, 말라기, 엘리시아, 즈가리야 등 일곱예언자들이 그려진다.
그런데 여기서 예언자들의 자세는 아랫단의 성모님과 요한, 그리고 사도들처럼 주님을 향하고 있지만은 않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이는 히브리서 1장1절의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시켜 여러번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라는 말에서 기인한다.
선조의 단
그리고 제5단은 ‘선조의 단’이라 불리며,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께서 옥좌에 앉으신 이콘(니코포이아)을 중심으로 하여 그 양편으로 아브라함, 야곱, 이사악, 다윗, 솔로몬 등이 구세주를 기다리며 중앙을 향하여 그려진다.
이상에서와 같이 이콘 칸막이의 모든 이콘은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해 그려지며 상단에서부터 시작해서 전면에 초월자이신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인간에게 계시하시고, 자신을 낮추시어 강생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을 우주적 완성에로 향하게 하는 구원의 신비가 전개되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콘 칸막이는 인간측에서 보면 미와 예술을 통해 피조물을 구원하는 정신적인 힘의 현현인 것이다. 그것은 인간 동물 식물 전 우주를 현재의 부패한 상태에서 구원하여, 각기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졌던 본래의 모습으로 복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콘 칸막이는 타락했던 피조물이 속량되어, 획득해야 할 승리에 대한 증거이며, 창조주에게로 회복되어 가는 증거인 것이다.
이콘 칸막이의 신학은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시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아들이 된다”는 하느님 육화(데오시스)이다. 신성과 인성의 완전한 일치는 그리스도이시며 그리스도에 의해서 성령으로부터 사람은 하느님의 본성의 분유자(베드로후서 1,4), 신을 닮은 자(요한 1서 3,2)가 된다. 그러므로 이콘 칸막이는 성찬예식과 같이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의 일치를 나타내는 장면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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