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을 한다. 인간도 생물체이기에 무엇인가 먹어야 살 수 있는데, 이 먹을 것을 마련하는 것이 기초적 의미의 노동이다. 사실 원시시대에서부터 인간은 노동하며 먹을 것을 마련하여 왔고,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 노동의 가장 기본적 행위가 되어 왔다. 들이나 산에 가서 짐승을 사냥하거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 들판에서 곡식이나 나무 열매를 따는 일 등 모든 것이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에 필수불가결의 행위로써 노동이 있게 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 아담에게 이런 의미 있는 말씀을 내리신 바 있다.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먹으리라”(창세 3,19).
인간은 이 먹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사냥도구나 낚시도구, 밥 짓는 도구, 식탁 등을 만들어 가면서 점차로 인간의 지혜를 동원하며 일종의 문화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인간은 점차로 먹는 행위 뿐 아니라 그것을 더욱더 품위 있게 하기 위해 좋은 물건과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 유통시킴으로써 상행위가 발전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은 서로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고 또 그 기술을 축적시킴으로써 인간노동이 분업화되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인간의 육체적 필요물 뿐 아니라 정신적 영역까지 서비스하는 수많은 직종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인간의 노동행위는 수많은 분야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오늘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자기 삶의 방편으로서 꼭 필요한 어떤 노동행위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엔 육체적 노동뿐 아니라 정신적 노동이 모두 포함된다. 옛날엔 육체적 일을 하지 않고 펜이나 말로써 일하는 정신노동이 귀하게 생각되었으나 사실상 이 두 가지는 상호보완적으로 인간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것이다. 두 가지 분야 모두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고 보장됨으로써 노동하는 인간자신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세 가지 기피현상 때문에 많은 걱정과 우려의 분위기가 짙어가고 있다.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기 때문에 사회의 기본조직이 제대로 유지가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일들을 기피한다고 해서 그들이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려는 심리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인간은 어떤 일을 하든지 그것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노동의 대가로 자기 생계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노동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이며 자기실현의 좋은 기회이다. 인간은 노동함으로써 창조주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자유로이 계승하며 실현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자기실현과 이웃에의 봉사를 다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인간은 노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결코 노동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노동 후에는 일정한 휴식을 취하고 새롭게 노동에 임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이 끊임없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노동은 다른 동물들이 하듯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행위 그 자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노동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인간자신의 인격을 드러내는 인간적 행위이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고 잠자는 의식주의 행위뿐 아니라 인간 자신의 문화적, 도덕적 수준을 드높이고 하느님의 영광과 인간구원을 위한 공동선의 추구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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