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쁘리아누스는 박해와 어려운 상황에서도 13편의 저서와 65편의 서간들을 남겼다. 그의 저서들 중에 중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도나투스에게
치쁘리아누스가 246년 세례를 받고 얼마 안 되어 쓴 그의 첫 작품이다. 재생의 성사인 세례를 통해 회개의 은총을 받은 그는 친구 도나투스에게 자신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고백하면서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찬양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의 전신으로 평가될 수 있다. “나는 지난 세월의 수많은 잘못들의 포로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 나는 굳어 버린 악습들에 그다지도 젖어 있는 생활을 개선할 희망이 없다고 보고, 이미 내 것이 되어버려 내안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악들에 다시 빠져들었네. 그런데 내가 재생의 물의 은총을 받아 지난날의 허물을 씻어낸 다음에는 속량되고 깨끗이 된 내 마음에 천상의 빛이 가득히 비추었네. 성령의 물을 통해 이루어진 제2의 탄생이 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니, 모든 의심들이 묘하게도 밝혀지고, 닫혔던 것들이 열리고, 어둡던 것들이 빛나고, 전에는 어렵게 보이던 것들이 쉬워지고,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되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네”(4장).
배교자들에 대하여
이 저서는 데치우스 황제의 박해가 끝난 직후인 251년 봄에 저술되었다. 치쁘리아누스는 모든 것을 평화롭게 인도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 다음, 온갖 고통을 이겨내면서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을 칭송하고 있다. 그들의 신앙이 바로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며 우리 모두에게는 삶의 귀감과 모범이 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많은 배교자들이 있었는데, 고문에 굴복하며 이교신들에게 분향을 한 자들이 있었는가 하면, 분향은 하지 않았지만 분향하였다는 증서를 받기 위해 관리들을 돈으로 매수한 자들도 있었다. 치쁘리아누스는 배교자들이 잘못을 뉘우친다 하더라도 무조건 용서와 화해를 줄 수 없고, 죄에 상응한 보속을 거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보속의 기관과 조건을 제시하였다.
가톨릭교회 일치
치쁘리아누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저서는 최초로 교회론에 대한 체계를 제시했으며, 그 후 교회 안에서 계속 고전으로 취급하였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의 헌장」 제1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저술 배경과 직접적인 동기는, 당시 로마에서 노바씨아누스가 가교황이 된 처사에 대항하여 교회의 일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이어서 카르타고에서 문제가 된 펠리치씨무스를 이차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한편 제4장은 서로 다른 두 가지 필사본(筆寫本), 즉 「베드로의 수위권을 강조하는 사본」과 「주교들의 공동체성」을 말하는 공인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학자들은 치쁘리아누스의 교회론과 연관시켜 이 두 사본에 대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주의 기도
떼르뚤리아누스의 「기도론」에서 영향을 받은 이 저서에서 그는 주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주의 기도문을 주석하고 또 기도의 방법, 정신과 태도를 말하면서 신자들의 기도와 영성생활을 제시한다. 끝부분에서 그는 기도 시각 (3시경, 6시경, 9시경, 아침기도, 저녁기도)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것은 후에 수도자들과 성직자들의 성무일도에 영향을 주었다.
죽음에 대하여
252년에 아프리카 지역에 발생한 페스트 전염병으로 인해 교회가 다시 박해를 받기 시작하자, 치쁘리아누스는 박해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데메뜨리아누스에게」란 호교적 저서를 쓰고, 이어서 박해와 전염병의 이중적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신자들을 위해서는 「죽음에 대하여」란 저서를 썼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거듭 생각하고 묵상합시다. 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끊은 바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나그네와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것 입니다. 세상을 떠날 그 날, 세상의 속박과 사슬에서 풀릴 그 날을 고대하며 우리 모두 하늘나라의 낙원에 들어갈 그 날을 열망합시다. 고향을 향한 나그네, 그 순례자가 어찌 그 발걸음을 지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고향은 천국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 만날 그날, 그날의 기쁨을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큰 기쁨이겠습니까? 두려움 없이 죽을 수 있는 것, 영생에로의 귀의, 이것은 참으로 큰 기쁨입니다. 큰 기쁨, 형언할 수 없는 영원한 기쁨입니다”(죽음에 대하여 26장).
선행과 자선
치쁘리아누스는 전염병으로 인해 굶주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선행과 자선을 베풀도록 신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고 그리스도의 피로 은총을 받아 구속된 고귀한 존재임을 역설하면서, 자선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당기는 힘이기 때문에 죄를 용서받고 그 잘못을 기워 갚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가르친다.
치쁘리아누스의 서간들은 교회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史料)가 된다. 우리는 그의 서간들을 통해 3세기 당시의 교회행정과 성사집행에 대한 문제와 논쟁점들은 물론 신자들이 지녔던 희망과 공포, 삶과 죽음의 의미 등을 생생하게 접하게 된다. 현재 전해지는 그의 서간집에는 81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에 65편은 치쁘리아누스가 보낸 것이고, 나머지 16편은 치쁘리아누스 자신 또는 카르타고 교회가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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