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수녀님께
처서도 지나갔고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이 엄습하니 가을을 생각케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어진 소명대로 순응하면서 지금쯤이면 돌아오셨을 수녀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펜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가득 담고 돌아오실거란 생각, 때가 되면 만나서 좋은 말씀 들려주시겠지 기대도 해봅니다.
수녀님 이제는 좋은 계절이 왔지요. 책도 많이 볼 수 있다는 희망과 열심히 살 수 있다는 뿌듯한 마음도 가슴에 가득 하답니다.
사흘 뒤엔 집회 방학도 끝나니 머지않아 만날 분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충만함과 생기있는 만남을….
간간히 묵주의 기도를 드릴 때 시선이 자연히 창밖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거기엔 새끼 비둘기가 날지도 못하면서 뒤뚱뒤뚱 엄마 비둘기만 쫓아 다니구요. 엄마가 곁에 나타나면 먹이 달라고 졸라대고 50미터도 못나가요. 이상하죠? 제가 비둘기 얘기 하니까 소심해 졌는가 생각도 해봅니다. 그 광경에서 예수님과 저를 비교해 봤어요.
지나간 맑지 못했던 죄악의 나날 속에서 헤매던 탕아. 오늘은 루가복음 15장11~32절을 묵상했어요. 하느님의 사랑은 잴 수 없는 가장 깊은 사랑임을 생각하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매순간 저 때문에 실망하셨을 수녀님 모습, 마음을 굳게 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메꾸어 보려는 자신이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녀님. 허물기는 쉬워도 쌓으려면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죠. 무한한 기도가운데 절절한 모습이 되고파 집니다. 수녀님, 어리석기만한 죄인 언제나 철이 들려나 모르겠어요. 언제나 마음만은 굳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상 그렇지도 못한가 봐요. 제가 세상에서 꼼짝 못하는 분이 있다면 누군지 아시나요.
그건 바로 여자분이세요. 뒷배경이 하느님이신 수녀님, 그리고 어머니세요. 사랑한 사람이 뭐 다 있겠지만은요. 사실이죠, 제정신이 좀 혼란한 것 같아요.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이 한 달도 새로이 변화 받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 상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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