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유럽의 아름다운 성물, 성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국 최초, 최대 규모의 ‘성물전시회’가 개최된다.
목각 성모상, 성합, 성작 등 총 5백여 점에 망라하는 유럽의 성물과 성구들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6월21~7월8일까지 서울 능동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미술관에서 이희웅(50세·바오로)씨의 주관으로 마련된다.
“유럽 성물과 성구들을 소개함으로써 아직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 성물의 발전기초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불혹의 나이에 보다 아름다운 성물을 만들기 위한 일념으로 성미술의 고향 로마로 떠났던 성물제작 예술가 이희웅씨는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이씨가 로마에서 직접 제작한 촛대, 감실, 독서대 등 20여 점의 제구들도 전시된다.
이번 행사를 위해 11일 귀국한 이씨는 “유럽의 성물의 특징을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생활 곳곳에 불교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듯 유럽 또한 2천년동안 이어져온 가톨릭 문화, 전례, 상징물들이 생활 속에 깊숙이 배어있음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성물처럼 아름답고 숭고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재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 없어 아직 그 수준이 낮다”고 말하는 이씨는 “유럽 성물공장의 경우 대부분 역사가 2백여 년이 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30년의 역사도 채 안되니 당연히 축적된 경험이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씨는 “이러한 축적된 경험만이 제구의 토착화와 국산화를 자연스럽게 이룩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이면서 “따라서 토착화는 쉽게 말하고 구상할 수는 있지만 실제적으로 작품을 통해 완성되는 데는 그만큼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목적은 유럽의 아름다운 성물에 자극받아 교회가 제구의 국산화를 서두르고 관심을 가져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이씨는 “비록 성물제작은 평신도가 하지만 성물이나 성구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으로 귀국, 국내에서 활동하며 수입에만 의존해오던 제구의 국산화를 실현시켜보겠다는 이씨는 우리나라 성물제작과 보급의 선구자였던 장모 김부용(72세·세실리아)씨의 뜻을 이어받아 20년 전부터 성물제작을 시작, 성물공장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84년 뒤늦게 타국에서 어렵고도 힘든 배움의 길을 시작했던 이씨는 나이 때문에 정식입학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빌레 아르띠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세계 최고의 성물공장인 첸트로 도무스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한국 천주교 사무총장 백남익 신부가 로마를 방문했을 때 직접 이번 전시회를 기획, 자청했던 이씨는 “이번 전시회를 마친 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관람객들의 의견을 모아 좌담회를 마련, 우리나라 성물발전을 함께 모색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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