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6,19-31)
유대아의 랍비문학에는 사람이 죽으면 그 죽은 사람을 놓고 활동하는 천사들과 마귀들의 이야기가 많다.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악마 삼마엘이 임종자의 머리맡에 지켜서서 온갖 위협을 주고 마지막 숨을 넘기는 순간 독약 한 방울을 떨어뜨려 죽인 다음 그 영혼을 데리고 간다고 한다.
의인의 병석에는 세 부대나 되는 평화의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으면서 삼마엘의 나쁜 장난을 막고 “평화의 나라로 가자, 평화는 위대하다, 하느님은 평화만을 만드셨다!”라고 외친다고 한다.
마카베오4서에는 아브라함이 순교자들을 맞아들이는 언급이 있다(13,17). 유대아인들의 랍비문학은 이처럼 의로운 사람의 죽음 이후의 보상을 아브라함의 품으로 가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오늘의 비유에서는 가난한 거지가 의인으로 취급되고 있다.
호화생활의 부자는 그가 믿던 재물이 죽은 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하데스’라는 죽음의 세계에 가서야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사후 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예수께서 군중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당시의 사후관을 배경으로 한 것이지 예수 자신의 사후관에 관한 가르침은 아니다.
당시 유대아 사상에 의하면 사후관이 뚜렷하지 않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천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사후관은 의인은 아브라함의 품에, 악인은 하데스라는 고통의 세계로 간다는 것이었다. 하데스는 속칭 지옥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불꽃가마에서 고통 받는 죽음의 세계이고 그 반대쪽은 즐거움의 나라로써 두 장소는 서로 보이고 통화도 가능하다. (에즈라 4서 7,36). 그러나 이 두 장소는 서로의 교통이 불가능하며 서로 도와주거나 해칠 수가 없는 상태이다.
현세에서 고통 받던 가난한 거지는 잔칫상에 앉아 행복을 누리고 있고 현세에서 호화생활을 하던 부자는 고통을 받는 체형에 더하여 거지 따위가 아브라함의 품에 있는 것을 보는 심적 고통을 받는다. 부자는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아브라함께 호소한다. 이 모든 광경의 제시는 예수께서 현대의 부가 결코 내세 행복으로 가는 관광안내서가 못 된다는 것을 가르칠 뿐이다.
부자는 뒤늦게 이것을 알아차리고 아브라함이야말로 그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체읍(涕泣)하듯 애원한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를 불쌍히 보시고 라자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제 혀를 축이게 해 주십시오. 저는 이 불꽃 속에서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데스에 떨어진 부자가 라자로라는 이름을 거명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평상시에 자기 문간에서 구걸하던 거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때 그는 거지에게 빵 한 조각도 던져 주지 않았다. 이제 그는 거지의 손가락에 묻은 물 한 방울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쪽에서 저쪽으로 통하는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아브라함은 다만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부자는 이제서야 성서의 격려와 희망의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하느님을 무시하고 이웃을 경시한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기는 기왕지사 그렇다치고 아직 살아있는 자기 친척들이라도 깨달을 수 있도록 라자로를 보내 달라고 애원한다. 성서의 말씀, 특히 예언서의 말씀은 ‘인간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성령에 이끌려서 하느님께로 부터 말씀을 받아 전한 것이다’(베드후 1,21). 그러니 ‘예언의 말씀으로 사람의 마음속에 동이 트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는 어둠속을 밝혀주는 등불을 바라보듯이 그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베드후 1,19).
성서의 말씀도 안 믿는 사람이라면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믿을 리가 없다. 성서의 말씀보다 어떤 기적적인 사건이 더 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신의 표이다. 재물에 눈이 멀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적도 회개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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