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크로크 파크에서 열린 ‘가정 축제’. 박진양 신부 제공
첫 날부터 사흘 동안 로얄더블린소사이어티(RDS)에서는 ‘사랑의 기쁨’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어떤 체험을 했는지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시작해 모든 프로그램에 참석할 수는 없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발표 장소를 찾아가는 혼란 속에서도 제 주의를 이끈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성체조배실’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조배실은 신앙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표현해주고 있었습니다. 바깥은 사람들로 번잡했지만, 조배실에 있는 이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참 많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유모차를 탄 아이부터, 세상 온갖 근심을 다 지닌 듯한 표정 혹은 세상일에는 관심 없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많이 봤습니다. 흔히 가정에 대해 이야기 하면 부부 문제에만 국한해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녀들도 엄연한 가족의 구성원이고, 예수님께서도 가정의 구성원입니다.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 이 사실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25일 크로크 파크에서는 ‘가정 축제’가 열렸습니다. 다섯 가족이 나와 우리 가정들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어려움과 그 가정만이 겪고 있는 특별한 어려움을 공유했습니다. 그 속에서 어떻게 희망과 사랑으로 가정을 지키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나눴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실수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용서하는 것은 신의 본성’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빌려 ‘용서’에 대해 강조 하셨습니다. 용서는 우리의 망가진 모습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황님은 가족들에게 “미안해”, “고마워”, “부탁해” 이 세 단어를 자주 말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싸우더라도 잠들기 전에는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셨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서로를 용서하는 것을 볼 때, 용서하는 것을 배웁니다. 이는 혼인생활에 충실하라는 예수님의 장엄한 가르침입니다. 교황님께서 용서에 대해 이야기 하신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가족은 없으며, 용서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병들고 점차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을 좇는 우리에게 교황님께서는 좋은 차 만드는 이야기도 해주십니다. 물을 끓이는 것은 쉽지만, 좋은 차 한 잔을 만들려면 찻잎을 우려낼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끓인 물을 붓자마자 얼른 마셔버리고, 다른 것을 찾아나서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까요. 좋은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대회 기간 중 로얄더블린소사이어티에 마련된 성체조배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조배실은 신앙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표현해주고 있다. 박진양 신부 제공
마지막 날인 8월 26일 피닉스 파크에서 봉헌된 폐막미사에서 교황님께서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해 용서를 구하셨습니다. 앞서 강조하신 미안하다, 고맙다, 부탁한다는 말을 꼭 가족들과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가정을 통해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 용서는 어렵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같이 가자고 청하십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교 사명을 받았습니다. ‘교회와 가정의 복음’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박진양 신부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 가정사목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