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인류의 소망이다. 세상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 갈등과 다툼이 끊일 사이 없는 인류의 삶 안에서 평화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화를 생각할 때 우리는 우선 가정이나 단체 더 나아가서는 국가나 세계 안에서의 평화를 갈망한다.
먼저 가정이 평화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를 잘 지키고 그에 합당한 예의를 갖출 때 우선 평화스러운 모습이 나타난다. 부부간에 화목하고 부모와 자식 간에 사랑과 서로 위해주는 마음이 있을 때 평화롭다. 가정이 평화롭지 못함은 무엇인가? 가족들 간에 다툼과 불화가 있다면 평화롭지 못한 것이다. 각 단체나 국가 그리고 세계 내에서의 평화의 원칙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모임이나 집단이건 평화가 유지되고 실현되자면 그 구성원들의 꾸준한 인내와 양보 그리고 용서와 관용이 요구된다.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남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평화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평화는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억누르고 제압시켜 아무런 도전이나 문제제기가 전혀 없는 상태를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에는 정의와 사랑,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유태인의 인사말 중에는 평화를 뜻하는 ‘샬롬’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행복, 안녕, 우정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평화의 개념 속에는 행복한 상태, 건강한 상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질서가 유지된 상태의 어떤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연상되어 있다. 그러므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물질적, 정신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완성을 위해 필요로 하는 물질을 적절하게 소유하거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한 물질들도 물질이 지닌 속성을 가장 아름답게 발휘하여 삶의 질을 드높일 수 있는 차원이 되어야 한다.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선 또한 질서가 존중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온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그 속에 법칙을 부여하신 창조질서가 지켜져야 평화롭다. 자연사물들의 법칙을 발견하여 그것을 창조주 하느님의 뜻대로 영위할 때 평화로워진다. 인간에게는 인간 본성의 내적 질서인 양심이 올바로 발휘될 때 평화로워진다.
그러므로 평화는 질서이며, 질서가 깨지면 평화는 사라진다. 분열이나 폭력, 전쟁은 마땅히 지켜져야 할 질서가 깨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질서를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의 왕으로 오셨으며 평화를 주셨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요한 14,26).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추구하는 이들이다. 마음의 질서, 자연환경의 질서, 사회의 질서, 이 모든 것의 기초는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고 따르는데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화는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남모르는 눈물과 땀, 그리고 자기희생의 열매이다. 평화는 결코 자동적으로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기희생과 노력이 뒤따를 때 얻어지는 것이다.
모든 인류의 소망인 평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가정이나 단체 사회 속에서 분쟁이나 갈등, 다툼의 원인을 제거하고 함께 하느님의 축복 받는 나라가 임하도록 기원하자.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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