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행복해하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불만이 많아졌다. 집 밖에서 식사할 기회도 많아지고, 텔레비전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화려하고 근사한 요리를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리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엄마는 마흔이 넘어 다시 시작한 대학원 공부로 오히려 집안일에 소홀해졌다. 아이들은 말했다. ‘어떻게 집에서 먹는 음식이 학교 급식보다 맛이 없다!’ 충격을 받은 나는 요리에 대해 아이들의 신뢰를 끌어올릴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즈음 한 수녀님께서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고 했다. 주인공이 성인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해주던 엄마가 갑자기 집을 떠나버리는 내용이었다. 나는 ‘바로 이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며 '엄마가 요리를 좀 못하더라도 요리를 잘 해주다가 집을 떠나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라고 설득할 수도 있겠다는 내심 기대도 했다.
막내와 함께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즉석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노력했지만 시험에 떨어지자, 추운 겨울날 지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삼일만 있다 갈 거라고 다짐하던 그녀는 어느새 봄을 맞는다. 집 앞에 텃밭을 만들고 직접 기른 농작물로 손수 음식을 해 먹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헤어졌던 고향 친구들과도 다시 만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자신이 도시를 도망치듯 떠나온 것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온 것임을 차츰 깨닫게 된다. 요리는 흙과 바람과 햇볕이 어울린 자연의 생명력을 전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선물이었다. 엄마가 딸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작은 숲’, 사랑이었다. 엄마는 딸의 삶이 힘들 때 언제든 털고 일어날 힘을 받을 수 있는 작은 숲을 선물했고 딸이 그것을 깨닫기를 기다렸다. 주인공은 다시 찾아온 고향 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다. 엄마의 마음을 깨달아갈 무렵 엄마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생명을 주고 키워내는 작은 숲. 우리 각자는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고 지칠 때 힘을 주는 작은 숲을 가지고 있을까? 하느님이 바로 우리의 마음속 ‘작은 숲’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나에게 생명을 주고 지친 나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작은 숲’ 하느님을 나는 자꾸만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작지만 큰 숲, 하느님과 늘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