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수녀님께
안녕하세요? 오늘은 화요일 싸늘한 기운이 감돌며 아주 슬픈날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만큼 큰 대죄를 범한 날입니다. 하지만 슬픔에만 잠길 수 없고 씁쓸해 하기 보다는 경건되이 두 무릎을 꿇고 마음 다해 기도드립니다. 저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은 영혼들을 위해 매월 이날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단식하고 있습니다. 그 가족들의 위로와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하루속히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게 해주시고 정신적인 고통이나 육체적인 시달림을 받은 분들께도 재삼 용서와 축복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수녀님 이 한 몸이 화하는 순간까지라도 가식됨이 없이 진정한 통회로 그분들의 고통이 덜어진다면 좋으련만, 비난의 소리가 들려와도 제 할 바를 다하고 싶습니다.
수녀님 지금의 제 마음은 수감생활에서의 신앙생활이지만 사회에서의 어느 순간보다도 자신을 되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은 최고입니다. 성서말씀처럼 ‘자기가 심은 바를 거두는 것’이지요.
지나간 무미건조하고 암담했던 일들을 생각해서는 사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만큼 생각 할수록 퇴보한다는데 최고이신 예수님을 가까이 하고 있으면서 그렇죠? 수녀님 먼젓번 황 수녀님 그리고 자매님들이 오셔서 집회 가졌더랬습니다. 제 기도 차례였는데 잘 되지 못했다고 생각이 되어서 그만 마음이 편치 못했어요. 그렇지만 돌아올 적에 보니 수녀님의 눈썹이 젖어 있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저녁기도 때 낮에 못했던 기도를 잘 보충해서 잠을 편히 이룰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죄악만을 일삼은 인생, 이젠 남은 날들을 충실히 후회됨 없이 살아서 주안에서 기쁨을 안겨 드렸으면 하는 마음뿐이옵니다. 수녀님께서도 기도해 주세요. 요한복음 15장 5절 말씀처럼 “너희가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정말 그래요.
일기가 갑자기 안 좋아서 글씨가 고르지 못함을 용서 하세요. 그레고리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