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교통사고 사망 3명, 부상 1백57명’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한강대교 위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와 부상자를 알려주는 반갑지 않은 숫자로 채워지고 있다.
물론 이 숫자는 6월5일 하루 동안에 일어난 서울시 교통사고 현황에 불과한 것으로 전국을 합칠 경우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로 1만1천5백85명이 사망하고 31만2천2백86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단적으로 4년마다 규모가 작은 시(市)급 인구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광명시만 한 인구가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수치는 6·25때와 월남전 당시 1일 부상자보다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며 남아공과 포르투갈에 이어 세계 3위의 부끄러운 불명예를 차지하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교통사고는 혼자 운전을 잘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정도를 지켜 운전해도 먼저 머리를 들이밀고 덤벼드는 차량 앞에는 모든 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승용차로 출퇴근 한다는 서울 봉천동의 박재명(33세·스테파노)씨는 매일 아침마다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처럼 차를 몰고 가야 얼굴을 붉히지 않고 직장까지 갈수 있다고 털어 놓는다.
이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운전상식이 그만큼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운전자의 질서의식이 부재함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발표한 91년도 교통사고 발생원인에서 운전자의 안전운전 불이행이 전체사고의 60.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고는 모두 운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고로 교통법규에 따라 안전운전을 한다면 스스로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다는 통계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음주운전과 졸음운전, 난폭운전, 얌체운전, 운전부주의, 운전미숙, 도로사정 등도 교통사고 세계 3위라는 부끄러운 불명예를 지탱해주는 절대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하면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잘못된 운전습관을 가진, 즉 느긋하지 못하고 조급증에 빠져있는 대다수의 국민성에 기인하다고 한 교통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경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아직도 자동차를 부의 상징으로 치부하는 잘못된 사회풍조에 의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동차 대수도 교통사고를 유발시키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폭발적인 차량증가는 비교적 많은 초보운전자를 양산하게 되고 초보운전자들은 충분한 운전교육을 숙지하지 않은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굴러다니는 흉기로 둔갑하게 되고 교통체증의 주범이 된다.
어느 교통 공학자는 “운전자들이 운전요령만 습득할 뿐 구체적인 통행방법이나 교통질서 의식 및 보행자 보호의무 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차량을 운행하고 있어 사고발생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시험도 단순한 기능위주의 운전요령 시험에서 운전자의 질서의식을 함양하는 안전운전 위주의 면허시험 제도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운전경력 3년 미만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가 91년 전체 사고의 40%를 차지,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영업용 운전자들로 하여금 과속운전과 난폭운전을 하도록 조장하는 운수업계의 고질적이고 불합리한 임금체계 즉 성과급제는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과제라고 알려지고 있다.
차량증가에 따르지 못하는 도로사정과 교통정책 또한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수위를 차지하는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교통지옥, 교통전쟁이니 하는 수식어가 따라 붙어야 제격일 정도로 엉망이 돼버린 우리나라 교통사정은 그저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식으로 방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교통정책은 한마디로 말해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교통정책이 아닌 즉흥적인 도로망 확충을 하다보니까 항상 도로는 정체를 벗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할 수밖에 없겠지요”
교통개발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비록 때늦은 감이 있더라도 “교통문제를 종합적으로 계획 조정할 부처를 마련, 국가의 중대사로 부각된 교통문제를 통치권 차원에서 국내 교통문제를 총괄 기획, 조정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교통문제에 관한 정책은 11개 관계부처에서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며 한해 약 1천4백억원 규모에 달하는 교통 범칙금은 도로환경 개선사업에 쓰이질 않고 자치단체 예산 등으로 전용돼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1등을 치유하기 위해선 국민 스스로가 동참하는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과 같은 시민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92년도에 범국민적으로 벌어진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의 결과를 살펴보면 91년에 비해 교통사망사고 13.7%, 사고건수 4.6%, 부상자수 5.8%가 줄어드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조3천억원 정도가 차량사고로 손실된다고 볼 때 이러한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은 매우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다 준 계기가 됐다. 그 결과 92년도 한해는 사상 처음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원년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확산되고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최고라는 부끄러운 1등을 면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운동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동참하는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가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교회도 자가용 함께 타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차량 10부제 운행 등 신자들이 실생활에서 동참할 수 있는 실천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범사회적인 질서의식 회복운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의식수준이 향상될 때 비로소 우리의 부끄러운 1등은 명예로운 1등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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