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교인이나 대부분이 자신이 믿는 신앙의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들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평화롭게 하고 있다. 인간이 종교를 믿고 믿음을 가짐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누린다고 생각한다면 종교는 우리 인간들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또한 그 고유의 역할을 한다고 보겠다.
종교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신적 지주가 되는 인생관, 세계관, 내세관을 제시한다. 현세와 내세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종교마다 그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종교는 이승에서의 삶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고 내세에서의 행복과 영원한 삶을 제시해 준다.
인간이 종교를 갖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자신의 태어난 곳의 환경적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스도교가 큰 영향을 미치는 곳에서 태어난 이는 다른 종교들보다 그리스도교를 선택하고 그 믿음을 갖게되는 경우가 많으며 불교나 이슬람교, 유교의 종교적 영향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에서 많은 종교들이 인류의 정신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드높이는데 공헌한 바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반면에 때때로 여러 종교들이 공존하는 곳에서는 종교인들간의 갈등과 분쟁이 인류의 평화를 저해하고 비인간적이며, 무분별한 소모적인 전쟁으로 인류의 행복과 안정된 삶을 깨뜨리는 경우도 많았다.
역사적으로 바빌론의 종교가 유대교를 박해했고, 유대교는 그리스도교를 그리스도교는 16세기 이후 남미의 선교역사에서 드러나듯이 토착민들의 종교를 사라지게 했던 과오도 있다. 그리스도교도 동양에 와서는 유교에 의해 박해를 받았고, 그 밖에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와의 갈등, 그리고 그리스도교 내에서도 교파간의 상충된 입장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들은 민족과 문화권의 차이로 인해 그 골이 깊어가고 있다. 현재도 레바논이나 유고 내전에서 보듯이 종교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어찌하여 종교인들이 저마다 사랑과 자비 형제애를 표방하는 종교적 교리와는 정반대로, 종교적 신념과 믿음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박해하고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될 수 있는가? 그것은 종교 자체가 가진 문제라기 보다는 종교인들이 타인의 소신과 양심적 자유를 인정하는데 인색하고 자기 종교만이 절대적이라는 사고가 내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안에서 절대적 진리라는 이름으로 다른 견해와 소신을 가진 이들에 대한 박해가 얼마나 잔인하게 자행되었는가는 많이 드러나고 있다. 사랑과 용서보다는 절대적 힘의 논리로 상대방의 소신과 의견을 묵살하고 추방하고 혹은 처형한 일들은 종교인들의 부족한 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종교간의 힘의 균형을 이룰 때에도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정복하기 위해 자행된 수많은 전쟁들은 종교적 소신에 의한 행동보다는 인간의 교만과 집단이기주의, 종교적 정복주의에 기인한 것이며, 인간양심의 마비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바램을 종교는 관용의 정신으로 서로 공존하며 함께 발전할 것을 모색하여야 하겠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여러 종교들의 자유와 가치를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관용의 정신을 밝히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과 행동의 양식뿐 아니라 그들의 규율과 교리도 거짓없는 존경으로 살펴본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면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 해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를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러므로 교회는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더불어 지혜와 사랑으로 서로 대화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그리스도교적 신앙과 생활을 증거하는 한편 그들 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내지 윤리적 선과 사회적 내지 문화적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며 발전시키기를 모든 자녀들에게 전하는 바이다’(비 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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