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5일은 교황회칙 ‘인간생명’(Humanae Vitae)반포 25주년 기념일이다. 회칙반포 25주년을 맞아 회칙반포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비롯 회칙의 가르침 오늘날 생명에 대한 사회와 교회의 관심과 접근문제 등을 3회에 걸쳐 게재, 이 회칙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Humanae Vitae’는 우리 신앙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Humanae Vi-tae는 교황 바오로 6세가 1968년 7월25일에 반포한 올바른 산아조절에 관한 회칙이다. 즉 자연적인 방법 이외의 모든 피임법과 낙태를 금하고 진정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 부부윤리를 모든 신자들과 민족들에게 제시하는 교도권의 가르침이다. 그 회칙 ‘인간의 생명’(Humanae Vitae)의 25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의 의미는 무엇인가?
1. 먼저 신앙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오늘의 현실이 신자들에게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생명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천주교 신자들의 생명존중 인식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적이든 완전허용이든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천주교 신자는 71.2%에 달해 타 종교 신자와 비슷하였다. “귀하의 태아가 기형아 혹은 뇌성마비인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천주교 신자의 80.8%가 낳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그리고 생명운동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고 답한 천주교 신자는 4개 종교 중에 가장 낮은 15.4%였었다. 그러니 겸허하게 반문해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신앙이란 투신이다. 신앙인이란 생명의 주인이시며 진리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투신하는 사람이다. 신앙은 결단을 요구하고 투신을 요구한다. Hu-manae Vitae가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 모두에게 구체적인 결단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잉태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생명에 대한 진리는 회개와 투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 교황 바오로 6세는 이 회칙을 준비하는 4년 동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정신적 고통까지 감당해야 했다.
사도좌와 더불어 가톨릭 세계의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에게 그리고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올바른 산아조절에 관한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생명’은 서론 ‘생명의 전달’을 필두로 산아조절에 관한 제1장 ‘문제의 신국면과 교회의 교도권’ 제2장 ‘교리상의 원칙’ 제3장 ‘사목지침’ ‘인간생명’을 준비하게 된 동기와 목적을 기술한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말로 30절판 48쪽 분량으로 번역 출판된 교황 바오로 6세 회칙 ‘인간생명’은 자연법에 따라 제시된 인간생명에 관한 중대한 의무와 변함없는 교도권의 가르침,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지침 등을 천명하고 있다.
하느님의 법과 진리를 향한 열린 양심으로 인간생명을 반포한 교황 바오로 6세는 인간생명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과 성직자, 학자 의사들에게 ‘인간생명을 수호하고 하느님이 계획하신 구원사업에 봉사, 협력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스스로의 책임감을 이렇게 무겁게 느껴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힘이 자라는 데까지 많이 연구하고 많이 읽었으며 많은 토론을 전개하고 많은 기도를 바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황은 많은 갈등을 겪었다. “시대적 여론에 동의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현대 사회가 어렵게 받아들일 나의 의견을 고수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왜 이 회칙을 반포하였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하느님께 충실하기 위해서이다. 진리에 투신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오랜 기도와 확신으로 회칙을 반포하면서 “마침내 그리스도를 믿는 부부는 엄격하고 모질다고 여겨지는 나의 말이 자신들의 사랑을 진실히 대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는” 희망을 교황은 밝히고 있다. 회칙 ‘인간 생명’ 반포 후 25년이 지난 지금, 교황 바오로 6세의 예언자적 행위와 선택에 고개 숙여지는 것은 그 회칙이 주님의 뜻에 충실했음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칙이 신앙인들에게 사랑받고 읽혀지고 실천되어짐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3. Humanae Vitae는 죽음의 문화에 대항하여 생명의 문화를 가르치고 있고 이기주의와 낙태심리 등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이론이 아니라, 사랑과 책임으로 표현되는 신앙의 이론에 충실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언자적인 바오로 6세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는 윤리적 명령이며 이에 대한 사목자들의 의무는 참으로 지대한 것입니다.” 그렇다, 오늘의 생명경시현장은 진정한 의미의 신앙부재현상이고 사목자와 신자 모두에게 회개와 함께 진정한 투신으로서의 신앙 회복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Humanae Vitae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그것이 구체적인 결단을 촉구하는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 Humanae Vitae정신에 충실한다는 것은 곧 부부가 자신들의 십자가를 성실히 짊어지려고 애쓰고 있다는 고백이요 사목자가 그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려 애쓰고 있다는 표가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힘을 다하여 동경하고 있는 참된 행복에 도달하려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자연에 박아주신 법을 지혜롭게 사랑으로 준수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정신에 충실하려 애씀은 모든 신자들 편에서는 교회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순종을 되찾는 것이다.
편한 것에 익숙해진 세상이다. 고통과 절제, 희생의 의미가 퇴색해진 세상이다. Humanae Vitae가 반포되었을 당시보다 훨씬 더 반생명적인 세상이다. 세계적으로 5천만이 넘는 낙태. 인공피임에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낙태에 문을 열었고, 이제 안락사에도 문을 열고 있다. ‘모자보건’이니, ‘임신중절’이니, ‘선택권’이니 하는 완곡 표현으로 진실을 가리면서 인공피임과 낙태는 여성에게 수많은 위험을 안겨주고 있고, 광범위한 성의 문란을 야기해 왔고 AIDS를 포함한 치명적인 성병과 장애자의 급증을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Humanae Vitae를 경축하는 것이, 낙태는 안 되고 인공피임이 아니라 자연적 가족 계획법을 호소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이는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신앙의 투신은 언제나 희망으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를 위하여 몸 바치는 자들이 되게 해 달라는 예수님의 기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직장에서 은퇴했지만 생명을 위한 투신에는 은퇴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고백하는 흰 머리의 노인이 있기 때문이다. 넷째 딸도 기꺼이 맞아들인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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