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기 수출산업이란 특수산업을 통해 연간 2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의 해외입양아 문제를 꼬집은 한 외지(外誌)에 우리의 부끄러운 ‘해외입양’ 1위를 알리는 내용이 머리기사로 장식됐다.
민족성을 중요시하는 우리로서는 이처럼 힐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해외입양의 오명 앞에 참담한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5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5년간 국내외에 입양된 어린이는 총 17만여 명, 이 중에서 국내 입양어린이 4만4천여 명을 제외한 12만5천여 명이 해외로 입양됐다는 보고만 봐도 우리의 부끄러움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동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선진 공업국의 문턱에까지 도달한 우리가 이처럼 많은 어린이들을 해외에 입양, 국가적인 자존심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한 일원으로서의 의무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실로 부끄러운 1등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전쟁의 폐허에서 파생된 고아와 기아를 구제하기 위해 시작됐던 일시적인 해외입양이 이제는 고아와 기아를 줄이기 위한 한 방편으로 또 입양기관의 이익에 따라 해외입양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구상에서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해외입양을 시키고 있는 아프리카와 남미 최빈국보다 오히려 더 많은 어린이들을 해외로 수출(?)했다는 증거가 됐다.
특히 해외입양은 해외입양을 알선하는 입양기관에 의해 국내보다는 국외입양이 더 권장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따른 문제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입양기관에서는 국내입양을 알선했을 때보다 몇 배 혹은 수십 배가 많은 사례금을 입양 알선비와 희사금의 명목으로 입양부모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대한사회복지회 노조에서는 “각 입양기관은 친권포기 아동이나 시설보호 아동을 서로 많이 확보, 입양의 사금이 국내 입양보다 훨씬 많은 해외입양을 더 많이 보내기위해 아동 선정에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이들은 또 일선 의사들에게 부탁, 미혼모의 아이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심지어 부모를 잃어 임시보호소에 수용된 아동을 경쟁적으로 선정하는 바람에 부모가 있는 어린이가 해외에 입양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현재 해외입양을 하도록 공식인가를 받은 홀트아동 복지회, 동방아동 복지회, 한국사회 봉사회, 대한사회 복지회 등 4곳의 해외입양을 전담하고 있다.
물론 이들 입양기관이 부정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오갈 데 없는 고아와 기아들을 해외에 입양시켜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쟁고아의 의미가 이미 상실됐고 선진국 문턱에 선 우리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소홀히 해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치스러운 해외입양을 억제하기 위해선 우리는 어떤 조치들을 강구해야 하는가?
다행히 정부는 오는 96년부터 해외입양을 전면 금지키로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물론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해외입양 금지를 96년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한 해라도 더 빨리 해외입양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입양이 단순히 수익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국내입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개발과 홍보에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내 입양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회장 이원규 신부)성가정 입양원 원장 김영화 수녀(예수성심 전교수녀회)는 “일부에서는 해외입양이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국내입양만 해도 입양대상 어린이들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며 국내 입양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우리 아이는 우리가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44차 서울 세계 성체대회를 계기로 시작된 성가정 입양원의 국내 입양현황을 보면 89년부터 지난 6월말까지 총 5백여 명의 어린이가 국내 가정에 입양됐으며 1천8백여 가정에서 입양신청을 해두고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최근 들어 해외에 입양되는 한 해 약 2천여 어린이들 정도는 국내에서 충분히 입양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입양관계 전문가들은 또 해외에 입양되는 어린이들의 수효가 많은 이유로서 입양기관의 수익성과 함께 국민의 의식수준과 우리의 잘못된 가치관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혈통중심의 가족이기주의로 인한 입양 비밀주의 및 복지 우선적인 입양의 어른 중심 입양 형태에서 공개적이고 어린이를 위한 입양 형태로 전환될 때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주위 사람들 몰래 감쪽같이 어린이를 입양해 키우다가 친자가 출생하거나 입양어린이가 생각대로 성장해 주지 않을 경우 무책임하게 파양해 버리는 정도의 국민의식 수준이 시급히 향상돼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입양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어린이를 위한 입양이 아니라 아이가 없는 어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재산상속 등의 문제로 입양을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짙다”며 같은 민족으로서의 가정이 필요한 어린 생명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전해주고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입양가정이 많지 않음을 꼬집었다.
그러나 우리의 부끄러운 1등인 세계 제1위의 ‘아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정부의 올바른 정책 추진과 함께 우리 자신부터 먼저 ‘우리 아이는 우리가 키운다’는 의식을 갖춰야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장 해외입양을 금지시켜 어린이들의 갈 곳이 없어진다면 사랑의 부모운동(가정원탁)이나 결연사업 등을 통해 점진적인 해결방침을 찾는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한 방법이 아닐까.
물론 입양 대상이 되는 어린이 즉 미혼모의 방지와 이혼으로 인해 버림받는 어린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져야할 일차적인 책임임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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