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오늘날 어느때보다도 강한 어머니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설가 박완서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한 여인이 교육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과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어 현대여성들이 꼭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완서씨의 자전적 소설 「싱아」가 현대인, 특히 여성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중견 연극인 손숙(헤레나·서울 당산동본당·49세)씨.
소설이 허구라는 등식을 깨고 소설이 곧 사실임을 성립시켜 소설에서의 자화상을 시도한 「싱아」는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름 아래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노골적인 성애묘사나 후기 산업사회의 향락적인 소비문화가 유행처럼 등장하는 것에 비해 소설의 전통적인 기법을 토대로 한 진지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이 책은 풍차바지를 입고 실개천에서 보리새우를 잡던 어린 시절, 라일락과 모란과 장미와 등꽃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50년 5월, 엄마 등에 업혀 낭자하게 피를 흘리는 듯한 저녁노을을 보고 울음을 터뜨려버린 다섯 살 최초의 비애의 기억에서부터 극한 좌우의 대립으로 벌레처럼 살아야 했던 스무 살 전쟁의 고통까지 20년의 체험을 나신(裸身)을 드러내듯 솔직하게 고백한 박완서 문학의 백미(白眉)로 꼽히고 있다.
이 소설은 또 작가 박완서가 출생한 1931년부터 가장 고통스러웠던 체험을 겪게 되는 6·25, 좀 더 정확히는 1951년 1·4후퇴시기까지의 기간 동안에 작가 자신이 자아와 세계에 대한 어떤 방식의 개안을 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연극인이면서 방송으로도 분주한 손숙씨는 “이 책은 강한 생활력과 두드러진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화자, 그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울려서 살아가는 가족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아이들을 인간으로 키우지 않고 극단적 이기주의자, 로봇으로 키우는 요즘 어머니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고 피력했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책을 아무리 읽으라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손숙씨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노력하듯, 책도 역시 어려서부터 습관적으로 손에 쥐게 해야 읽을 것”이라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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