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영무(다니엘·서울 청담동본당·50세)씨가 그의 첫 시집 「색동 단풍 숲을 노래하라」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75년 「창작과 비평」(여름호)에 「이육사론」을 발표한 이후 줄곧 문학평론가로서 활동해 왔던 김영무 교수(서울대 영문과)가 남의 시를 평가하고 비판하는 평론가에서 직접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 말씀 아닐 터라-/소금 없으면 콩나물도 시금치도 밍밍/제 맛 안 나느니/허공에 빛-없는 듯 그득하여-비로소/붉은 꽃 붉고-푸른 잎 푸르나니/나무들 둥글게 떠오르나니… 나의 시여-빛이 되라/세상에 소금이 되라’(소금시학 중)
김영무씨는 자신의 시학(詩學)을 ‘소금시학’이라 칭한다. 그는 “소금도 너무 많이 치면 짠맛 밖에 안 나듯 나의 에고(EGO)가 너무 크면 내 자랑만을 늘어놓는 시를 쓰게 된다”고 전제하고 “빛이 세상에 분명히 있지만 없는 듯이 인식되어 삼라만상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의미로서의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시를 쓰고 싶다”고 자신이 왜 시를 쓰며 시를 통하여 도대체 무슨 일을 이루고자 하는가를 설명한다.
「꽃들에게 희망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역자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김영무씨는 자신의 자아가 지배하는 시가 아니라, 자신의 자아가 빛과 소금처럼 투명해서 다른 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는 시를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영무씨는 “내게 시를 쓰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시인 고은과의 만남일 것”이라고 회상하면서 “고은의 시를 평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와의 만남이 이루어 졌고, 캐나다에 있을 당시 고은과의 2년여에 걸친 감정에 충실했던 진솔한 서신교환이 내가 시를 쓰게 했던 바탕이 됐다”고 털어 놓았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남의 작품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밝히는 김 교수는 “예전에 평문을 할 때에는 이념적 주문이 많아 질타하기도 했는데 내가 시를 쓰고 나서는 그 시인의 장점을 찾게 되고 애정을 갖고 바라보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현대인의 가장 큰 우상이 ‘자기성취’라고 강조하는 김 교수는 “현대인들이 진리를 추구하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유혹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끝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신앙인으로서 김 교수는 꼭 기독교 신자라고 밝히고, 호교론적인 글을 쓰기보다는 진리가 보편적이라는 것에 충실한 시작(詩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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