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중에서 가장 신나고 즐거운 점심시간, 진호(13세·젬마)는 엄마가 요리한 맛난 도시락반찬보다 그 속에 숨은 엄마의 사랑편지가 더욱 궁금하다.
“사랑하는 진호, 은박지엔 구운김이 싸였다. 엄마가 구운김이 가장 맛있다며? 밥뚜껑을 열면 웃는 아이 얼굴 같은 왕콩이 꼭 너 같아. 콩 두 개는 착한 마음씨를 심는다고 생각하고 먹어두는 거야. 좋은걸 먹으면 좋은 생각만 나온단다. 한개는 불쌍한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배에 저장해 두는 거지. 도시락 먹는 너, 젓가락 잡는 법 또 틀렸네. 91년 3월20일, 엄마가”
유별난 엄마 조양희씨(47세·미카엘라)는 4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딸 진호에게 도시락 편지를 띄었다. 진호와 연년생인 아들 성진(12세·요한)이 또한 도시락을 싸게 된 후 하루에 두 통의 편지를 써 보냈던 조씨는 최근 1천3백여 통의 편지를 묶어 「도시락 편지」(다지인하우스 간)를 펴내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변의 일상과 보잘 것 없는 소품들에 대한 조씨의 섬세한 애정과 철학이 진솔하게 담긴 이 책에는 조씨가 자녀들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매일매일 정성스레 뿌린 영양소가 담뿍 배어 있다. 조씨는 편지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TV에 너무 열중하거나 형제간 싸움을 할 때 직접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팬터마임을 연기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토론을 벌인다.
또 도시락 편지에 각종 나물과 반찬을 주제로 재미난 동화이야기를 적어 아이들의 편식습관을 없애고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공부보다는 자기존재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이러한 교육목표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유산은 신앙뿐이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체, 모든 사물에 하느님의 손길과 사랑이 깃들어져 있다는 것, 하느님께 다다르기 위해서는 매순간순간 감사하며 진선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도시락 편지의 가장 큰 줄거리이지요”
조씨의 도시락 편지만큼 도시락식단에도 신앙에 대한 가르침을 찾아볼 수 있다.
잡곡밥과 취나물, 식혜, 두부계란, 오이장아찌 등 인스턴트식품과 화학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자연식으로만 아이들의 도시락을 채워주며 우유팩으로 반찬통을 만들고 도시락으로 싸주기 힘든 젖은 반찬도 파지 등으로 용기를 만들어 담아 보내는 환경보호의 지혜가 더욱 그렇다.
조씨는 작은 주전자 하나도 10년을 넘게 쓰고, 젖먹이 때부터 썼던 아이의 숟가락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물건 하나하나에 담은 기도가 너무도 많아 쉽게 버릴 수가 없다고. 88년 여성 동아 장편공모에 당선, 문단에 데뷔한 조씨는 이미 「겨울외출」 「이브의 섬」등 장편소설도 펴낸 프로 소설가지만 이제 자녀들과 도시락 속에서 진실한 대화를 나눈 보기 드문 어머니로 더 유명해져 버렸다.
특히 「도시락 편지」는 오는 12월 연극으로 공연될 예정인데 조씨는 이번 연극에서 직접 극본도 쓰고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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