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 11일 오후 8시 서울 수유동성당 지하 교리실에 꾸며진 작은 소극장 무대에는 북과 장구가 연주되고 탈춤이 선보이며 한 수녀가 자신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수녀원을 나오는 한국판 ‘넌센스’가 공연되고 있었다.
동네 꼬마에서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관객으로 몰려 1백20여 석의 자리가 빽빽이 들어찬 이번 공연은 지난 4월 창단한 서울 수유동본당(주임 최서식 신부) 청년공동체 ‘한추레’ 연극부의 창단공연 이었다.
“기성극단이 공연, 흥행하고 있는 넌센스는 연출자나 연기자들이 가톨릭 대한 이해나 사랑 없이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녀라는 특수한 직분을 단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끄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만스러웠죠. 그래서 천주교인의 감각으로 이 작품을 재조명해 보고 싶었어요”
한국판 ‘넌센스’를 각색하고 연출까지 담당한 정수연(마리아)씨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공연의 의미는 현재 극장에서 상연중인 연극을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 보다 가톨릭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청년들의 연극모임인 ‘한추레’의 창단으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 활성화되지 못하고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교회문화속의 연극에 조금이나마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본당 청년뿐만 아니라 개신교인, 비종교인들로 함께 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추레’는 뜨거운 대지에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는 모습이란 이름답게 목말라하는 모든 이웃들에게 직접 찾아가 공연을 펼치겠다고 나섰다.
청년신자 연출가에 의해 각색된 ‘넌센스’는 나환자들을 돌보는 거제도 수녀원을 배경으로 하며 밴드의 생음악이 아닌 우리 고유의 악기가 등장, 연주된다. 특히 장례식 기금마련 공연을 통해 제노비아 수녀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재능을 살리기 위해 수녀원을 나오는 장면은 “주님에 대한 사명감은 수도자만이 아니라 평신도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다양성을 띤 사명감임”을 일깨워주고 싶은 연출자의 뜻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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