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문학, 연극, 영화, 미술 등 문화전반에는 ‘페미니즘’(Feminism-여성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연극무대에는 ‘클라우드나인’ ‘톱걸즈’ 등 성을 주제로 한 급진적인 ‘여성주의’ 연극들이 올려졌으며 1인극 ‘자기만의 방’도 햇수로 2년에 걸친 장기공연을 실시했다.
또한 문단에서는 벌써 91년 박완서씨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를 쟁점으로 페미니즘 논쟁이 적극 대두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출간된 양귀자씨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비롯 이경자씨의 장편소설 「혼자 눈뜨는 아침」 윤명혜씨의 「여자가 여자에게」 등 신춘문단에 여성주의 소설이 붐을 일으켰다.
이들 페미니즘 작품들은 거의 사랑과 결혼, 성, 여성의 사회활동 등 가부장제 속에서 불평등하고 억압받는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그리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유행은 여성전문교육과 취업의 확대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높아졌으며 여성운동의 성장으로 여성들이 목소리가 한결 강해지는 등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무엇이 페미니즘인지 정립되지 않은 우리의 실정에서 페미니즘은 여성을 주제로 한 남성문화의 또 다른 형태로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한 성 개방, 남성에 대한 적대심이나 분노를 가지는 것, 남성을 지배하는 것 등이 마치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인 것처럼 인식되게 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따라 최근에는 페미니즘의 올바른 정립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예술기획 아이콘은 6월28일~7월1일 연강홀에서 ‘93 여성영화제’를 개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로자 룩셈부르그’ 등 외국영화 및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등 20여 편의 페미니즘 영화를 상영하고 페미니즘 영화의 현실과 전망을 살펴보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미술계에서는 6월초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윤석남씨의 제2회 개인전 ‘어머니의 눈’ 전 등과 같은 여성상을 부정하고 투쟁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모성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시도가 보여지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교회 내에서 여성신학에 관한 세미나 및 서적출간 등을 통해 페미니즘의 올바른 정립이 또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신원과 소명을 일깨우는 여성신학은 이미 제3세계에서 페미니즘 문학영화 등 각 분야를 도구로써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최난경씨(젤뚜르다·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총무)는 “엘리스 워커의 ‘칼라퍼플’은 여성신학을 문학에 접목시킴으로써 신과 인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문제까지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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