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7,22-25 : 마태 24,26-27)
앞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예수의 답이 있었는데 곧바로 제자들에게 주는 가르침이 이어진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언제 약속된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하느님의 나라는 세속의 나라가 정권이 바뀌듯이 큰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구약성서 예언서에 예언되었듯이 사람의 아들이 오심으로써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이미 와 있다. 그리고 그 날은 지나가버린 것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요구하며 계속되다가 드디어는 다니엘서에 명시되었듯이 영광의 큰 날(다니 7,13-14)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아들의 날들’이라고 복수로 말씀하셨고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실 마지막 큰 날은 이 날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이 될 것이다.
제자들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는 달리 희미하게나마 하느님의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와있음을 믿었지만 그 마지막 큰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 편에 앉아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실 것”(루카 22,69 : 마태 26,64)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러한 바람은 초대 사도교회에서 널리 퍼져 믿는 분위기가 믿지 않는 분위기에 의하여 마구 짓밟히고 있을 때 ‘사람의 아들’의 마지막 그 날이 다시 와 불신자를 쳐부수고 믿는 이들을 위로해주실 날이 이제냐 저제냐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제자들은 예수께서 ‘사람의 아들’은 고난을 받을 것이며 동족의 배반을 받아 십자가에 달려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셨을 때 바로 그 ‘사람의 아들’은 마지막 큰 날에 권능을 떨치시며 나팔소리와 함께 천사들의 시위(侍衛)를 받으시며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것을 믿으며 수난의 예언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예수께서 부활하셨을 때,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승천하셨을 때 이 믿음과 희망은 굳어졌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제자들의 기대를 확인해 주시면서도 그 때와 그 상황은 아무도 예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면서 그 때에 대한 기대 때문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신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영광스러운 날들 중 단 하루라도 보고 싶어 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저기 있다’ 혹은 ‘여기 있다’ 하더라도 너희는 찾아 나서지 말라”(루카 17,22-23). 그 날은 확실히 오며, 구세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화려한 팡파르가 울려 퍼질 것은 확실하지만 그 날이 언제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장본인인 아들도 모른다.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마태 25,36). 그러니 너희도 그 날을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날은 대묵시(默示)의 날이며 하느님의 권능이 그대로 나타나는 ‘하느님의 현시(顯示)’의 날이다.
사도 바오로도 이 날을 기대하면서 신자들에게 가르쳤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나타나실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고린 전 1,7) “괴로움을 당하는 여러분에게는 우리와 함께 안식을 누리게 해 주실 터인 즉 이 일은 주 예수께서 당신의 능력 있는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부터 나타나실 때에 이루어 질 것입니다”(데살 전 1,7)
다만 이 예언과 기대를 기회로 삼아 구체적인 어떤 인물이 나타나 “내가 그다”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시간과 구체적인 장소를 들먹이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가짜들 때문에 올바른 믿음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그 날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징표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리스도가 광야에 나타났다 또는 골방에 있다 해도 믿지도 말고 찾아 나서지도 말라”(마태 24, 26~27).
번개는 순식간에 번쩍이며 동쪽에서 쳐도 서쪽까지 단숨에 알아본다. 그리스도가 다시 나타날 때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러니 하느님만 아는 그 날을 굳이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사람의 아들이 그 전에 고난을 당하고 불신의 세대의 배척을 당해야 하는 일을 너희들의 일로 각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구원사업의 순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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