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7,26-30 마태 24,37-39)
사도시대에는 세상의 구원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졌고 이 교리는 하느님 나라가 이미 와있다는 것을 뜻한다. 루가의 구원신학은 예수의 구원의 시대를 4단계로 구분하는 구세사를 전개시킨다. 첫째 단계는 메시야 즉 구세주가 오시는 길을 준비하는 단계로서 그 선구자인 세례자 요한으로 마감되는 구약시대이며 둘째 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말씀과 기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선포되는 단계(루카 16,16)이고, 셋째 단계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맡겨져 자라나는 성숙의 단계로서 성령이 그 생명력을 이루는 성령의 시대이다.
우리는 지금 이 셋째 단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하느님의 나라는 언젠가는 완성되어 끝맺음을 하는 단계를 맞게 될 것인데 이 단계가 넷째 단계이다. 이때에는 모든 것이 끝이 난다. 세상생활이 끝나는 이른바 종말론이다. 모든 인생살이의 최후 목적을 세상에 두었던 어떠한 기도도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오직 남아있을 것은 진리뿐이다. 영원한 진리의 새 세상이 온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뜻에서 구세사의 완성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종말은 어느모로 보면 완세론(完世論)이라고 할 수 있다. 구약시대의 구세주 예언을 이루시려고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로 이 세상에 오셨듯이, 새생명의 세상이 시작하는 완세의 날에는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의 아들로 다시 오신다고 약속하셨다. 그래서 그 날을 ‘사람의 아들의 큰 날’이라고 한다.
이 말은 상반된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다. 하나는 고통과 멸시 속에서 주님을 기다리던 모든 제자들에게 기쁨과 영광의 기대를 안겨주는 대망의 날이며 또 하나는 진리다 정의다 또는 하느님이 어쩌구 하는 따위의 말은 관심도 두지 않으며, 복음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그저 당장 먹고 사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이면서 희희낙락 내일을 내다보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밤에 도둑이 들듯, 맑은 하늘에 벼락이 치듯 어느때 갑자기 사람의 아들의 날이 들이닥칠 것이다. 이때에는 밭에서 가라지와 곡식을 가려내듯 옳은 사람과 옳지 못한 사람들을 갈라놓을 것이다.
예수께서도 이 날에 대해서 “언제 세상이 끝난다”고 사람들을 어지럽히는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사람, 휴거(携擧)의 날을 몇 월 며칠로 정해놓고 사람들의 돈을 빼앗아 먹는 사기꾼들에게 속지 말도록 경고하는 한편 반대로 새틀같은 나날인데 무슨 걱정을 하느냐 하고 끝없이 세월을 즐기는 현세주의적 무관심도 경계하셨다.
세상의 종말이 분명히 있을 것을 예고하는 예행 연습 같은 사건이 구약성서에 두 번 있었다. 하나는 노아의 방주라 일컫는 대홍수였고 또 하나는 죄악의 도시 소돔을 순식간에 불비를 내려 멸망시킨 롯의 이야기이다. 노아의 홍수는 알다시피 하느님이 악한 세상을 멸하시는 벌의 홍수로서 40일 동안 주야로 장대비가 쏟아져 의인인 노아의 일가족을 빼고는 모두 죽어버린 대심판의 날이었다(창세 6장~7장). 이 경고를 아랑곳하지 않고 노아시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는 데만 마음을 쏟았다. 얼른 보기에서는 평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은 말씀하셨지만 창세기는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였다.… 하느님 보시기에 세상은 너무나 썩어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다. 세상이 너무나 썩어 땅위에서 썩은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라고 적혀있다.
소돔은 구약성서에서 죄악의 도시로서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소돔의 죄악은 추잡한 성범죄, 오만과 폭력, 나그네 학대 등으로 꼽힌다. 아브라함의 간곡한 간청에도 불구하고 소돔은 하늘에서 유황과 불벼락이 내려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그것도 모르고 그들은 그날까지 먹고 마시고 팔고 심고 집짓고 하는 일에만 골몰하면서 오만불손하게 지냈다. 사람의 아들의 날도 이와 같이 사람들이 하느님을 망각하고 살다가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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