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 회칙 ‘인간생명’(Humanae Vi-tae)반포 25주년 특별기획으로 회칙 ‘인간생명’의 의미와 내용, 신학적 철학적 입장에서 본 인간생명의 존엄성, 의학적 측면에서 본 생명의 신비성에 대해 7월 한 달간 세 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인간생명’ 반포 25주년 특별기획을 마무리하면서 한국교회가 펼쳐온 총체적인 생명운동의 발자취와 한국민의 생명운동에 관한 의식수준을 토대로 앞으로 교회가 풀어가야 할 생명존중에 관한 새로운 국면들을 전망해 본다.
■산아조절에 관한 교도권의 가르침
생명문제를 논하기 앞서 인간생명에 관한 불가변적인 교도권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순일 것이다.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충분히 제시한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인간생명’에서 하느님의 창조계획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생식기능은 본질적으로 인간생명의 출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인간생명의 원천은 하느님이심”을 명확히 하고 있다.
교회는 생명의 형성 첫 순간부터 하느님의 작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생명은 누구나 신성시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기초로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인간생명’을 통해 직접적인 임신중절을 산아조절의 정당한 방법이라고 하는 의견을 전적으로 배격하고 있다. 특히 직접적 낙태는 비록 치료의 이유라 할지라도 엄격히 배격해야 함을 교황 바오로 6세는 단호히 가르치고 있다.
교회는 남자이건 여자이건 영구적이건 일시적이건 직접 단종(斷種)시키는 것을 단죄한다. 또한 부부행위에 있어 피임을 목적하거나 방법을 강구하는 모든 행위를 배격한다. 부부행위는 하느님의 선물로서 인간생명을 출산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인간생명’에서 인공적 방법을 통한 산아조절로 오는 부부간의 불신과 윤리생활의 퇴폐를 경고하고 생식능력에 내재하는 자연주기를 이용하여 불임기에만 부부행위를 함으로써 도덕률을 거스르는 일이 없이 산아조절을 하는 것은 괜찮다고 가르치고 있다.
하느님의 법과 진리를 향해 열린 양심으로 신자들과 선의의 세상 사람들이 인간생명에 관한 교도권의 가르침을 이행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는 교회는 모든 부부가 인간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에 봉사하며 행복한 가정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책임과 자유, 희생을 실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반생명적 현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경제성장 제일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산아제한과 환경파괴가 국민들을 말할 수 없는 인간성 배반현상으로 몰아넣었고 배금주의, 안락주의, 쾌락주의가 가져온 가치관의 혼동은 인간생명의 존귀함과 가치, 자연의 소중함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전쟁지역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연 1백50만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태아가 한국사회에서 매년 죽어가고 있다.
남녀평등을 미명으로 여성의 사회참여와 산아조절을 강요하고 있는 북한의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태아들의 지옥일 것이다.
단순한 산부인과적 시술행위가 아닌 자식을 죽이는 살인행위인 낙태가 연 1백50만건이 넘는다는 것은 윤리 도덕 부재의 심각한 사회현상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보아도 제자식을 죽이고 잘된 가정과 사회가 없는 만큼 낙태근절의 성공여부가 한국사회의 도덕성 회복에 근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사회의 반생명적 현상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기 위해서 지난해 6월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가 전국 1천20명을 대상으로 조사보고한 ‘생명에 대한 사회의식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인간성 상실과 생명경시풍조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자의 90%가 공감하고 있으며 여자가 남자보다 민감하게, 학력이 높을수록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더욱이 낙태 허용을 찬성하는 이유로 개인적 문제이기에 개인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자가 23.5%로 가장 많아 개인주의가 근절되지 않는 한 낙태는 영원한 사회문제로 자리할 조짐이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생명운동과 한계
한국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계승하여 60년대 중반부터 산아조절과 모자보건법 폐지 등에 관한 주교단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지속적인 생명운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한국 가톨릭 주교단은 1992년 7월13일 ‘태아의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제목아래 낙태의 부분허용을 인정한 형법 제135조 폐지 1백만 서명운동을 결의하고 성명서를 발표해 낙태 반대운동을 대대적인 사회운동으로 승화시켰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낙태반대 1백만 서명운동은 성공적인 평가와 함께 생명운동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교회내 생명운동이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등 생명문제와 관련된 몇몇 부서에서만 관심을 나타냈지 그 의지가 일선 본당 신자들 사이에까지 지속적으로 파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사실 낙태반대 1백만 서명운동 이후 교회내 생명운동은 개별적 한시적으로 일어났지 전체적이고 지속적인 생명문화운동이 전개되지 않아 사목적 공백현상을 표출하고 있다.
조선일보 공종원 논설위원은 “생명운동은 원리적이고 근본적인 태도와 이제 맞서는 현실적 필요의 불가피성 사이의 갈등을 가장 민감하게 나타내 보이는 문제”라고 설명하고 “가톨릭교회가 민감한 이 부분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선 이론과 실천, 신앙과 생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국민 의식 계몽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낙태가 한국사회의 교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과 사회의 윤리 도덕 교육이 소홀했으며 빗나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꼬집은 공 위원은 “이에 대한 교회 당국의 심각한 각성과 함께 대책 수립이 시급함”을 시사해 줬다.
■전망
생명운동에 관한 교회의 역할은 현대 사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생명가치의 회복을 통한 생명존중 의식의 전파가 복음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송열섭 신부는 “인간 존엄성 회복과 같은 맥락에서 수단적 존재로 추락한 인간생명을 하느님의 모상을 받은 가장 존엄한 생명체로 인식하는 목적적 존재로 인간 지위를 회복시켜 주는 봉사자로서의 교회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생명경시 풍조를 경고하고 고발하는 단순 차원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한 생명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나눔과 교육의 장으로 쇄신해 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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