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의 취업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이를 대신 맡아 돌봐주는 탁아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당면과제로 대두됐다.
또한 탁아문제는 여성들의 사회생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로서 여성들의 고급인력을 활용, 국가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탁아문제는 이미 수위를 넘어선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행동과학연구소가 발표한 90년말 자료에 따르면 5세 이하의 우리나라 전체 어린이는 약 4백53만명. 그 중에서 탁아시설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가정이 69%로 3백13만여 명이 탁아시설을 찾고 있지만 작년말 현재 보육시설에 맡겨진 13만명의 어린이를 제외한 3백만명은 오갈 데가 없는 형편이다.
특히 얼마 전에 맞벌이 부부의 아이가 어른들이 없는 집에 놀다가 화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탁아문제가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탁아제도 시행은 이미 때를 놓쳐 현재 추세대로라면 늘어나는 탁아 수요의 약 4%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와 사회단체, 기업체, 종교단체 등에서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에서 평일 낮 동안에 비워두는 성당공간을 이용해 지역사회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를 운영하는 방안이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행히 삼성그룹 등에서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어린이 집을 수십 개 지어 기증하는 등 기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좋은 표양을 보이고 있지만 탁아시설 부족현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게 사실이며 타 기업체의 관심이 특별히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운영되고 있는 탁아시설도 관계기관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를 위한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수립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에서 일부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되는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의 경우 어린이들의 입ㆍ퇴소 시간을 멋대로 설정, 부모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물론 행사나 교사들의 교육, 휴가 등을 이유로 어린이들을 데려오지 못하도록 은근히 부추기는 등 횡포에 가까운 운영을 일삼아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한 이들 어린이집은 교사들이 보내오는 가정통신문 등의 맞춤법이 제대로 맞는 것이 없을 정도로 엉망으로 교사들의 자질 및 교육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랑구 관내 모 어린이집에 4세된 아이를 맡기고 직장생활을 한다는 박영숙(31세·스콜라스티카)씨는 “아이에게 조그만 일이 생겨도 직장으로 전화를 걸어 아이를 데려가도록 종용해 매우 난처한 입장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실토하고 “어린이집이 원래 취지에 맞게 책임성을 가지고 아이를 돌봐 줘야한다”며 어린이 집의 성의 없는 보육실태를 꼬집었다.
박씨는 또 어린이집을 관리 감독하는 감독기관에서는 △보육료 수입의 임의사용 여부 △종사자의 적격여부 △1일 12시간 보육시간 준수 여부 △영유아의 식단, 간식, 건강관리 적정여부 등을 파악, 어린이집이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인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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