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소년들의 문화수준이 고작해야 방학숙제 때문에 음악회를 관람하는 그 정도 수준이에요. 헤비메탈이나 락이라는 음악에 심취하는 걸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맨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며 2가지 일을 함께 하고 혼자 사색을 즐기는 요즘 청소년들은 당연히 가족과 단절된 채 이기적이고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의 마음에 음악이라는 향수를 뿌려줌으로써 더욱 풍요롭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오세실씨(38세·체칠리아).
일이 좋아서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그녀의 직함은 음악회를 기획하는 사무실의 사장이다. 올해 2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세실예술기획’ 사무실을 차린 그녀는 항상 더욱 다양하고 좋은 음악을 국내 음악팬들에게 선사하고자 뛰어난 기획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가 바로 ‘홍콩 입스어린이 합창단’등 세계의 유명연주 단체나 연주자 등을 초청, 공연을 치러내기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주자들이 공연할 만한 장소가 너무 한정돼 있는 게 아쉬워요. 예술의 전당이 생겨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예전에 세종문화회관 하나뿐이었지요. 한 5·6백석의 좌석이 있는 중간크기의 공연장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음악기획자로서 제가 갖는 바람입니다”
물론 클래식 인구의 저변확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연주자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하는 그녀의 소망은 이번 6월말 우연찮게 북유럽을 다녀오면서 더욱 절실히 가슴에 와 닿았다.
거의 모든 선진국에는 교통이 좋은 시청 가까이에 음악회장이 있어 사람들은 퇴근길 가족들과 함께 음악회에 들러 좋은 음악을 감상하며 삶의 활력을 불러 넣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풍토는 고사하고 입시위주의 교육제도 속에서 방학숙제인 음악회조차도 보내지 않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사실에 오씨는 종종 자신의 사명감을 다시금 확인하는 역설을 경험하곤 한다.
학창시절부터 음악에 관련된 일이라면 어떤 것에도 앞장서던 그녀는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다.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 합창단’ 단장으로 있던 87년, 선배가 운영하는 음악기획 사무실에 입사하면서 이 음악기획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특히 명동 가톨릭 합창단에서 8년간이나 단원으로 활동해 온 그녀는 교회음악계의 마당발이기도 하다.
“제가 합창단원이었을 때는 매월 한 번씩 미사곡을 번역하고 악보를 편찬, 성음악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물론 다른 본당으로의 악보 보급에도 앞장섰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러한 활발한 활동이 교회음악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금도 그 악보를 종종 보게 되거든요”
성가를 잘 부르는 것보다 정성스럽게 음미하며 부르는 자세가 우리 신자들에게 필요하다는 그녀는 “성가 부르는 것을 꼭 문화행사로 생각하지 말고 생활의 일상으로 마치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생각한다면 성가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면서 “또한 성직자들의 성음악에 대한 열린 마음과 지원이 교회 음악문화 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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