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7, 31 마르 13,15-16 마태 24,17-18)
‘사람의 아들의 날’은 하느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날이다. 그날은 최후심판의 날이다. 그 날 사람들이 살아오던 인생의 가치평가가 완전히 뒤바뀌는 날이다. 그러니 그 날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치평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날이다. 가치평가의 기준은 간단하다. 세상에 대한 집착을 끊어버리면 된다. 사람이 죽는 마지막 순간에도 “내 돈” “내 살붙이”하면서 못내 세상 살림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하는 것을 보면 세상사물이 그렇게도 중요한지 모를 일이다. 마지막 날 있을 일에 대한 예수님의 교훈은 바로 이 뻔한 이치를 가르치시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예수께서는 세상의 물욕과 인정은 결국 사라져 없어진다는 것을 가르치고 계신 것이다.
마지막 날에 있을 일들은 분명 모든 사람들에게 들이닥칠 대재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재앙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의 표일 것이다. 세상의 끝이 왜 대재앙으로 끝나야 할 것인가. 그것은 그때까지의 모든 가치의 질서가 완전히 새롭게 바꿔지겠기 때문이다.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던 세상, 인정에 이끌리어 옳은 것이 무시되고 옳지 않은 것도 감행되던 세상, 명예와 명성 때문에 남을 해치고 남을 딛고 서던 세상, 이 모든 부조리의 가치질서가 일신되어 사랑의 질서가 제 궤도를 밟게 되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말의 대재앙은 세상에 대한 심판의 신호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날 지붕에 올라가 있던 사람은 집안에 있는 세간을 꺼내려고 내려오지 말며, 밭에 있던 사람도 그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사람의 아들의 날’은 이만큼 급박하게 닥칠 것이며, 또 그 때에는 이미 세상의 사물에 붙었던 마음을 과감히 끊어 버려야 한다. 이 새로운 가치평가는 절박하고도 단호해야 된다. 그 예로서 롯의 아내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는 주님의 말씀이 계셨다. 롯은 아브라함의 조카로서 죄악의 도시 소돔이 하느님의 분노의 심판을 받을 때 의인으로 인정되어 특별히 구출된 구약인물이었고 그의 아내 역시 책잡힐 것 없는 의인의 아내로 남편과 함께 구원의 혜택을 받았지만 멸망의 도시 소돔을 빠져 나오다가 거기에 남겨 둔 집과 재산을 못 잊어 뒤돌아보는 우를 범하여 구원받지 못하고 그만 소금기둥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창세 19,26).
과거에 애착하던 세상사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목숨과 바꾸는 어리석은 가치판단을 경고하는 일화이다. 루가 복음서가 ‘사람의 아들의 날’에 있을 황급한 도피에 임하여 유의해야 할 것은 지금 주께서 하신 말씀을 지키는 일뿐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경고하기 위하여 롯의 아내의 예를 들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다보지 말라”는 야훼의 분부를 지키지 못하고 소금 기둥으로 변하고 말았다.
마르코 복음서도 같은 경고를 하고 있는데(마르 13,15-16) 마르코는 유대아 전쟁 때의 일을 암시한다. 유대아 전쟁은 66~70년에 유대아의 과격당파였던 젤로떼스란 파당이 당시의 점령군 로마를 거슬러 일으킨 전쟁으로 유대아인들은 로마군에 유린당하여 피난을 갈 겨를조차 없이 처참한 운명을 당하였고 70년에는 끝내 수도 예루살렘이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이런 경황에서 밭에 있는 사람이 물건을 건지려고 집으로 돌아갈 여유가 없었고 심지어 지붕에 있는 사람이 세간을 꺼내려고 집안에 들어갈 여유도 없었다. 설사 그럴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세간과 물건을 건져서 무엇 하겠는가.
롯의 아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리다가 생명을 잃은 것이나 유대아 전쟁 때 다급하게 피난 가던 상황이나 모두 사는 것이 지상의 물질에 애착을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은 교훈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