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가 92년 가을 1천여 명의 필리핀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상자의 19.3%가 고용주나 한국 근로자에게 구타당한 경험을 갖고 있고, 19.4%가 임금 체불을 경험했다고 한다.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 산재, 불리한 노동조건, 기업주의 정직성 상실 등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숨과 눈물로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경갑룡 주교)의 자료집에서 밝혀졌다. 지난호에 이어 이들의 문제를 고용주의 관점과 타국과의 비교를 통해 인권적 차원에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정평위에서 펴낸 이번 자료집에는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밝히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한국인 노동자보다 외국인들이 더 온순하다(92.1%)는 이유가 압도적이고 한국 근로자보다 더 숙련되어 있다는 이유는 단 7.9%에 그쳐 기술적인 면보다는 그동안 한국 노동계에 만연된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강한 불신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고용주들은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이유가 한국의 노동력 부족(87.5%), 낮은 임금(7.7%), 이러한 일을 원하는 한국 노동자가 없어서(4.8%)라고 대답해 노동력의 수요는 많으나 막상 일할 사람이 없는 우리나라 노동계의 구조적 모순을 증명했다.
또한 이들 고용주들은 한국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면 외국인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같은 임금이라면 고용하지 않겠다가 31.3%이고 만약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외국 노동자보다 낮다면 고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57.8%여서 고용주들이 자국의 노동자보다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주들의 77.6%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그들의 고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아야 한다고 대답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을 시사했다.
3D직종에 대한 한국 노동자들의 기피현상으로 인해 외국의 싼 인력이 유입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이들 중소기업들의 고용주들이 자국의 노동자보다는 말 잘 듣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정착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불법취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들이 쉽게 취업, 불법체류자로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고용주들이 이를 악용 임금체불, 구타, 감금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대책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평위는 “이미 대량으로 흘러 들어온 외국 인력을 양성화하는 데에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정부 당국의 지금과 같은 미온적 대처로는 인권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고 이에 따른 국제여론의 악화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정부가 인력문제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세우고 이를 공개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또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와 같은 기본적 인권의 문제에 대해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따라 이들을 보호하고 의료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허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해 왔고, 이들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정평위는 이에 대해 이미 대만이 타국과의 정부간 협정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취업을 공개화시켰으며, 독일을 비롯해 선진유럽의 예를 들어 한국정부 역시 지금까지의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정부가 나서 이들의 문제를 인권적 차원에서 해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중간 브로커를 통해 불법입국, 취업하는 구조에서 정부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그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취업을 원하는 나라와의 협정을 통해 이들의 문제를 공개화 한다면 지금까지 야기되는 많은 문제점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와 함께 정평위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고 있는 3D직종의 노동조건 개선을 통해 한국 노동자들을 유입하는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