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해’가 선포된 지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성향도 라이브한 책보다는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신문은 책의 해 연중기획으로 매달마다 장르별로 좋은 책을 소개해 왔다. 이번에는 가톨릭에서 출판되고 있는 서적중 수필집을 모아 소개하고자 한다.
수필집 하면 일반적으로 재미없고 무거운 느낌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사상이나 철학을 일상(日常)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수필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대단히 중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이다.
책의 해가 선포된 이후 우리 독자들이 책을 읽는 것을 단지 재미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통계가 나와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가톨릭계 서점에서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수필 영적도서 등이 전보다 잘 나가고 있는 것이 서점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견 시인 홍윤숙(데레사)씨의 수필집 「하루 한순간을」(성바오로 출판사)은 저자의 일상의 체험과 사생에서 얻은 이야기로 소담하게 엮어졌다. 특히 이 책은 저자의 삶의 자세와 신앙, 여성으로서 주부로서 자기 신분을 잃지 않는 저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젊은 여성에게 참된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은연중에 배우게 한다.
또한 얼마 전까지 평화방송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을 진행해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강귀석 신부의 「이름도 하나의 아름다움입니다」(자유문학사)란 책이 젊은층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책은 방송을 통해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살아있기에 겪게 되는 여러 빛깔의 아픔들을 통해 삶의 아픔을 느끼는 이들에게 사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게 해주며 아주 작은 일상적인 것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이와 같이 젊은층들에게 자주 읽히는 책들에 반해 40대 이후의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책으로는 마해송씨의 「아름다운 새벽」(성바오로 출판사)을 꼽을 수 있다. 자서전적 수필집인 이 책은 6·25전쟁시 공군기 등을 모아 엮은 저자의 유고집으로 진리에의 사랑은 오직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있다.
또 신앙수필집으로 이석현씨가 지은 「이역하늘 아래서」란 책이 출판되어 있다. 이 책은 수년간의 이민생활 가운데 각박한 현실과 신앙사이를 오가며 저자 나름대로 신앙의 가치를 심화시켜 나가는 여정을 볼 수 있는 수필집으로 인생의 종반기에 들어선 저자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인생의 가치와 목적에 대해 술회한 것을 통해 인생철학과 신앙의 아름다움을 볼수 있게 해준다.
가톨릭계 출판사에서 나온 수필집이 거의 없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 책들외에 성바오로 출판사에서 펴낸 김홍섭씨의 「무상을 넘어서」란 책도 최근 널리 읽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책은 김홍섭 판사가 생전에 발표한 바 있는 유고들을 모아 한 권으로 엮은 수필집으로 진리를 찾아 정신의 안정을 얻기까지 산사를 편답하면서 얻은 사색, 법조인으로서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갈파한 글과 종교인으로서 오직 진리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는 경건한 마음으로 일관된 고고한 인생관이 담긴 글들이 실려 있다.
독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 읽을 만한 수필집이 부족해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내용의 수필집 출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수필집이 그래도 독자들 사이에 널리 읽히고 있는 것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언가 사색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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