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7,33-37 마태 10,39:24,40-41:24,28)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은 하느님께로부터 소명(召命)을 맡은 사람들은 그 소명만을 향하여 일로매진(一路邁進)해야지 다른 데에 정신을 팔지 말라는 훈시이다. 예수를 따르는 조건으로 “한번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 갈 자격이 없다”(루카 9,62)라고 말씀하였다. 롯의 아내가 구원의 길을 따라 가다가 남기고 온 재산이 못내 아쉬워 뒤를 돌아다보고 죽었듯이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구원의 피난길을 떠났으면 그저 그 길만을 향하여 가야 된다.
“뒤를 돌아다보지 말라”는 훈시에 이어 “목숨을 아끼는 자는 잃을 것이요, 목숨을 내 던지는 자는 얻게 될 것이다”라는 예수의 제자되는 또 하나의 조건이 (대목 129참조) 사람의 아들의 날 영생의 나라로 들어 갈 사람들에게 요구된다. 이 역설(逆說)적인 교훈은 그리스도교의 일반적인 사상이다. 죽은 이들을 위한 연미사 서문경에서 “죽음은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라고 기도한다. 이 역설적인 사상은 종교를 떠나서 애국심을 발휘하는 희생정신에 나타나고 가정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들에게 최대의 덕성으로 요구된다. 전쟁을 치르는 국가비상시에 애국적인 온 국민에게 요구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살리기 위한 자신의 희생이다. 한 가정이 위기에 부닥쳤을 때에 책임진 한 사람의 희생이 가정을 살린다.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라는 말은 위기에 부닥쳤을 때에 통용되는 말이며, 사람의 아들의 날에는 세상 생명과 영원한 생명의 가치평가를 촉구하는 말씀이다. 한시적인 세상 생명을 애써 살리려 하다가는 결국 본질적인 참 생명을 잃게 될 것이며 세상 생명이 귀중하더라도 그때가 왔으면 과감하게 생명을 버릴 각오를 가져야 영원한 참 생명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씀은 사람의 아들의 날이 갑자기 닥치면 함께 있던 한 쌍이 서로 갈라진다는 상황설명이다. 세 가지 예가 제시되는데 한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 두 사람, 함께 맷돌질을 하던 두 여인, 그리고 밭에서 함께 일하는 두 남자의 예이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첫 경우는 한 침대에 있으니 부부일 것이고 다음 두 여자나 두 남자는 같은 일을 하는 짝으로 인정으로 뭉쳐졌던 한 쌍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는 구원을 받고 하나는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부부의 유대자체가 구원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인정의 맺음이 구원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둘이 다 같이 주님의 말씀을 따랐느냐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하느님 나라 사정과 이치는 세상의 인정의 이치와 정리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 될 것이다. 세상 것에 애착하고 세상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귀한 것이기는 하지만 무절제하고 무조건적인 애착과 사랑일 수는 없다.
이 말씀을 듣고 있던 제자들도 깜짝 놀라서 “주님, 어디?”라고 질문하였다. 공동번역에는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습니까?”라고 번역하였지만 이것은 원문에는 없는 말이다. 학자들은 이 ‘어디’라는 말을 해석하는데 의견이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의 아들의 날이 ‘언제’이냐는(루카 17,20) 물음으로 시작한 종말론의 설명이 제자들의 ‘어디’라는 물음으로 마감한다는 문체형식으로 보아 그 날이 언제일지도 모르고 어디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디’라는 질문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더욱 난해하다.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가 모여드는 법이다”하는 대답은 동문서답으로 들린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해석자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 글귀가 욥서39장 30절의 인용이라면 시체 있는 곳이 독수리 꾀는 자연이치대로 하느님의 이치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만하다. 그러니 그 날이 언제 어디에 있을 것인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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