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사상
락탄씨우스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려 시도한 첫 번째 라틴 저술가이지만, 그의 학문과 능력에 한계가 있어 독창적인 신학자가 되지는 못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하느님의 제도’에서도 그리스도교를 일종의 대중 윤리로 부각시키고 있는데 순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겸손과 정결 등의 덕행을 찬양하고 이를 위한 하느님의 은총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런데 자연적 덕행과 하느님의 은총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는 미흡하다. 사실 신앙과 확신에 찬 그는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체격적으로 제시하거나 그리스도교의 적극적인 가치를 제시하기 보다는 이교 사상에 대한 공박으로 일관되어 있다. 그래서 예로니무스는 락탄씨우스에 대해 이렇게 평하였다. “상대방을 논박하는 그 논리만큼 우리의 것을 분명하게 밝혔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신학적인 독창성이 미흡하지만, 그는 당대에 가장 훌륭한 라틴어 문장가(文章家)였으며,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명문장으로 제시한 공적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원론(二元論)
락탄씨우스는 세상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문제를 이원론에 따라 설명한다. 천지창조 이전에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로고스)인 성자를 낳아 그에게 모든 신적 능력을 부여하셨다. 그 다음 하느님은 천사들을 창조하셨는데 원래 선하게 창조된 천사들 중에 어떤 천사가 감히 성자께 대한 시기와 질투심에 불타 악한 존재 곧 사탄이 되어 하느님의 원수이며 모든 악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느님과 사탄 사이의 적대관계는 창조된 우주만물 안에도 작용하고 있으니, 하늘은 하느님의 어좌이며 빛과 생명의 장소인 반면 땅은 어둠과 죽음의 장소인 것이다. 우주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인간 안에서도 하느님께 속한 영혼과 악에 속한 육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느님과 사탄 사이의 적대관계는 결국 세상의 모든 윤리 도덕과 죄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절대 능력으로 세상의 모든 악을 소멸시킬 수 있는 하느님은 현재 이를 묵인하고 계시지만 마지막 날에는 악에 대해 최종적인 승리를 이루실 것이다.
영혼의 창조와 불멸성
태초의 창조사업 이후 부모로부터 태어나는 각 사람의 영혼을 하느님께서 매번 창조하시는가? 이에 대해 오리게네스는 영혼의 ‘이주설’(移住說)을, 떼르뚤리아누스는 ‘배태설’(胚胎說)을 주장하였다. 오리게네스의 ‘이주설’은, 하느님께서 한 번에 많은 영혼들을 창조하셨으며, 각 사람이 태어날 때 기존하는 영혼들 중에 하나를 골라 육신과 짝지어 주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윤회설(輪廻說)의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한편 떼르뚤리아누스의 ‘배태설’은 자식이 부모로부터 육신의 씨를 받는 것처럼 영혼의 씨도 받아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락탄씨우스는 이러한 주장들에 반대하여, 우선 사람의 육신은 부모의 육신에서 오지만 영혼은 오직 하느님에게서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사멸할 존재인 부모에서는 사멸할 본성인 육신 밖에 올 수 없는 반면 육신을 살게 하는 영혼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에게서 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은 사람이 수태되는 순간에 각 사람에게 고유한 영혼을 새로 창조하셔서 육신 안에 심어주심으로써 생명을 주신다는 ‘창조설’을 주장한다. 한편 인간 영혼이 본성상 불멸의 존재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신앙에 따라 선하게 산 영혼들에게만 불멸의 영생을 주신다고 주장한 스승 아르노비우스에 반대하여, 락탄씨우스는 모든 영혼이 불멸의 존재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죄인들도 영원한 벌을 받게 된다고 역설한다. 영혼의 창조설과 영원성에 대한 락탄씨우스의 이러한 주장은 후에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확인되고 교회의 공식 가르침이 되었다.
종말사상-천년왕국설
사도시대 때부터 교회 안에는 주님의 재림이 임박하였다고 하는 긴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이 점차 해소되면서 다른 형태의 종말론 즉 천년왕국설(千年王國說)이 생겨났는데, 이 천년왕국설은 공적교회로부터 배척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계속되어 왔다. 락탄씨우스 역시 천년왕국설의 추종자였으며 이에 대한 자신이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느님의 모든 창조사업은 6일 안에 완성되었기 때문에, 세상은 여섯시기 즉 6천년에 걸쳐 현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사실 하느님의 위대한 하루는, 예언자가 ‘주여, 당신 눈에서는 천 년이 하루 같사옵니다’(시편 89,4)라고 말하였듯이 천 년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시면서 6일간 수고하셨던 것처럼 그분의 교회와 진리도 6천년 간 고통 중에 있어야 하며 그 동안에 악이 난무하고 지배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일을 마치신 다음 일곱째 날에 쉬시고 그날을 축복하셨듯이 6천년이 끝나면 모든 악은 땅에서 사라지고 정의가 1천년 간 다스리게 될 것이다. 그 때에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괴롭혔던 고통의 노고대신 만방의 모든 이에게 평화와 안식이 있게 될 것이다”(하느님의 제도 7,14). 락탄씨우스는 천지창조부터 계산하여 천년왕국이 시작되기 까지 2백년이 남았다고 하고 천년왕국이 끝나기 3일 전에 악의 세력이 다시 나타나 큰 환난을 일으킬 것이지만, 하느님은 세상을 심판하시어 최종적으로 의인들에게 영생을, 악인들에게는 영벌을 주실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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