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벽은 물론 천정까지 성화로 장식되는 경당이 한창 제작 중에 있다.
화가 조광호 신부(성베네딕도회) 가 지난 7월 중순부터 작업에 들어간 사방벽화는 현재 성전건축 공사 중에 있는 인천 상동본당(주임 김영건 신부) 한켠의 경당 안에서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성전 옆에 경당을 마련한 것도 한국교회 안에서 매우 드문 일일 뿐 아니라 경당안의 천정화, 사방벽화는 물론 성전입구, 제대정면 등 4천호에 다다르는 대형벽화도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20년 전 성베네딕도 수도회 소속 안드레 부똥 신부가 여러 성당에 이러한 벽화를 장식하긴 했지만 현재 거의 지워지거나 헐린 상태.
값비싼 재료를 사용해 만들기만 하면 무엇이든 좋은 것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시멘트벽에 그려진 하느님의 신비한 천상세계는 결코 천 마디의 설교로도 못 다할 수많은 의미와 느낌을 신자들에게 가져다주고 있다. 또한 “인간은 문화를 통해서 참되고 완전한 인간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현대 세계 사목헌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공간으로서 성당이 갖고 있는 오늘의 척박한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조 신부는 “성당이 꼭 사람들의 집회나 하느님이 머무는 기능적인 공간인 동시에 공동체 사람들이 모이고 기도하고 친교를 이루는 종합적 공간”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시대, 이 공간에 머무는 신자들의 신앙을 예술로 형상화함으로써 우리를 되돌아 보는 것이 바로 벽화가 갖는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조 신부가 벽화구상에 들어간 것은 벌써 6개월 전, 지난해부터 신축공사에 들어간 상동성당의 주임신부와 건축설계사인 김정신 교수(단국대)의 부탁을 받고서였다.
천정과 사방 각 벽면마다 독특한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주제로 모아지는 연계성을 갖고 있는 상동성당 대형벽화의 대주제는 ‘묵시록’이다.
조 신부는 “신구약을 요약해 놓고 상징적 요소가 많이 담긴 묵시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아주 가까운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점, 희망 등을 찾아 볼 수 있다”면서 “오늘 현대인의 눈으로 묵시록을 바라보고 묵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경당 입구 맞은편 벽에는 묵시록의 일곱교회가 자연파괴, 마약, 전쟁, 억압, 남북분단, 기아, 공해 등 상징적으로 표현된 그림으로 나타나 있으며 천정에는 우주, 곧 하느님의 나라가 땅을 내려다보고 있다. 입구 쪽 벽면과 왼쪽, 오른쪽 벽면은 각각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씨뿌리는 자의 비유’등이 그려져 있다.
특히 벽면에 기둥이 도드라져 나오는 부분에는 나무의 기둥을 그려 입체감을 살리고 창문이 있는 벽면은 그림에 창문을 똑같이 그림으로써 마치 2개의 창문이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이 대형벽화는 건물의 구조적 장애물을 오히려 최대한 활용한 점이 더욱 돋보인다.
일종의 수성페인트인 건성 프레스크를 사용. 그려진 경당의 대형벽화는 조 신부가 김의규(가브리엘·샌프란시스코 미술대학 재학)씨 등 3명의 보조자들과 함께 작업,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러나 아직 성당 입구의 물결무늬의 십자가와 제대 앞면에 그려질 성화, 조 신부가 독창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칼과 족쇄를 이용한 십자가 조각은 10월 말이나 돼야 전부 완성되며 상동성당 자체는 11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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