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선(요셉·46)씨를 조각가로서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최씨는 조각 예술계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전국의 국민학교를 비롯해 각지에 세워져 있는 충무공의 표준동상이 바로 최씨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한번쯤 그가 누군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다. 전국 어딜 가든 관광·휴양지 기념품 판매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민족 조각품도 최씨가 처음 시작한 것이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을 원용해 만든 모조품들이다.
30여 년을 조각에 몸담았지만 무명이나 다름없는 이유는 그가 이 분야에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 말고도 드러나기를 싫어하는 그의 천성 때문이다.
옹기제작을 가업으로 삼았던 집안의 영향으로 흙으로 빚어 만드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는 71년 당시 ‘충무교육사’ 대표 김태길(92년 작고)씨를 만남으로써 조각가로서의 운명적인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로부터 5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충무공상을 완성시켰고 이것은 당시 문화공보부내 ‘선혈영정심의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내 최초의 선현표준상 등록1호인 충무공 무관복 표준상으로 등록됐다.
이 시기에 최씨는 고증을 따라 수십 번 동상을 고치는 작업과 함께 서울대 조소와 교수이던 김세중씨(작고)등 국내 최고 권위자들로부터 직접 사사받았다. 이때는 그는 “보석을 완성시키기 위해 달구는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이후 79년에는 세종대왕과 신사임당도 표준선현상을 승인받았다.
최씨가 일찍부터 꿈꾸어왔던 성모상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85년부터. 이런 저런 연유로 그때까지 미루어 왔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것 역시 ‘성모님의 안배’였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완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하신 것은 성모님의 특별한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모상 제작 초기엔 판로가 신통찮아 어려움도 많았지만 요셉성물센터(가톨릭회관)에 물건을 대면서부터는 그런 걱정은 덜게 됐다. 최근엔 일본 아끼다 성체봉사수녀원 낙성식 및 준회원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사용될 성모상을 특별주문받아 제작하기도 했으며, 수녀회 측에서는 성모상의 정교함 등을 인정, 앞으로 5년간 최씨가 만든 성모상을 들여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최씨는 그러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모조품들이 제작되고, 대개 이런 것들이 졸작수준을 면치 못해 안타깝다”면서 성물도 이젠 마구잡이식 생산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거치는 검증과정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인다.
아이들 교육문제로 하는 수 없이 도회지에 나와 있지만 최씨는 “기회만 되면 한적한 산속에라도 작업실을 마련해 놓고 성모상 제작에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은”소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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