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끝날 무렵인 8월말이 되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은밀히 퍼져가는 말이 있다. 바로 ‘바캉스 베이비’이다.
이 말이 항간에 퍼질 쯤이면 채 소녀티를 벗지 않은 앳된 여자아이들이 산부인과 병원을 바쁘게 들락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때의 불장난으로 생긴 책임질 수 없는 아이를 무감하게 지워버리기 위해서다.
또 가임부부가 피임 실패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이란 이유만으로 산부인과에 찾아와 거침없이 의사에게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요구한다. 연간 1백50만에서 2백만명이 넘는 태아가 우리나라에서 빛 한 점 못 본채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
낙태율 세계 제1위국, 즉 태아살해율 세계 제1위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이미 새삼스러울 것 없는 묵은 정보로 우리들 뇌리 속에 잠들고 있다. 더욱 통탄할 일은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이 낙태수치가 줄어들기는커녕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처녀가 산부인과 병원에 출입하는 것이 수치가 아니요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불임수술을 하는 것이 흉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의식을 말살하는 가공할 반생명적 도전인 낙태가 선(善)을 사랑하고 예(禮)를 존중한다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수치를 나타내게 된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산업화와 국가 재건이란 미명하에 군사 독재정권이 모든 인간적 가치위에 경제 최우선주의를 내세운데 있다고 지적한다. 배금주의와 물질주의가 인간가치를 전도시켰다는 이유이다.
학자들의 이 같은 견해에 일반 사회인들도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서강대학교 부설 생명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생명에 대한 사회의식조사’에 의하면 생명경시풍조가 최근 5년간 심각해졌다고 보는 사람이 89%에 달하고 그 원인이 물질만능을 부추기는 체제 자체에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30.7%로 가장 많았다. 또한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와 올바른 가치관 부재, 도덕성 타락을 다음 순으로 지적해 정부의 경제 최우선주의 정책이 반생명 현상을 조장하는 근원임을 밝히고 있다.
낙태는 유물론적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적 이기주의에 의한 인간성 및 윤리성 상실의 총체적 현상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연간 1백50만에서 2백만건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인공임신중절 즉, 낙태 건수는 일본 50만, 프랑스 17만, 독일 8만6천, 스웨덴 3만 등 외국의 연간 낙태 건수와 비교도 안될 만큼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연 1백50만건이란 낙태건수는 부모에 의해 매일 4천1백명이 넘는 태아가 살해되고 있음을 나타내며 이 통계치는 6·25당시 1일 평균 사망자 수의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심각한 것은 매년 미혼여성들의 인공임신중절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출산력 및 가족 실태보고 자료에 의하면 미혼여성들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이 전체 낙태건수의 32.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연간 전체 낙태건수의 약 3분의 1이 미혼여성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말이 된다.
10대들의 가장 큰 고민도 한국 청소년연맹 상담실의 6년간 상담 유형 분석결과 성문제로 나타났다. 성경험 조사에서도 고교생 경우 남학생의 27.7%, 여학생의 경우 14.5%가 성겸험을 했으며 10대소녀들의 순결을 앗아간 가해자중 50%이상이 기성세대여서 도덕성 타락의 심각도를 가늠해주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낙태의 실태와 의식에 관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첫 낙태 당시 혼인 여부별 낙태이유로는 미혼인 경우 사회적 비난(62.1%)과 장래계획의 지장(31.1%)이 주원인이며, 기혼인 경우 단산 (35.8%), 건강 (19.4%), 경제형편 (15.9%)이 대부분 이유였다. 생명윤리나 가정윤리를 떠나 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부모들이 태아를 살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임부부 중 1회 이상 낙태한 경우가 응답자의 54%가 답해 우리나라 가정 중 과반수가 최소한 1번 이상씩은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 경악케 한다.
의료 윤리 부재도 우리나라의 낙태시술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생명을 존중해야 할 의사는 태아를 살리기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낙태의 해악을 산모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실상은 이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질문 없이 시술하거나 (기혼46.7%, 미혼60%), 질문 후 그냥 시술하는 것이(기혼46.7%, 미혼26.7%)이 대부분이고 출산권유 후 시술(기혼6.6%, 미혼13.3%)은 거의 없다. 돈 앞에 의사의 양심과 권리, 의무를 판 것이다. 의료보험환자 경우 분만시 사흘입원에 15만원정도 받는 의료수가 보다 10~20분만에 10만원 안팎의 낙태시술비가 훨씬 짭짤하다는 이윤추구 때문에 의사로서의 고매한 인격을 내버린 것이다.
한국 행복한가정 운동본부 회장 맹광호 교수(가톨릭 의대)는 “오늘날 낙태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는 제도로 정착해 가는 시점에 있어 반생명적 현상이 더욱 기성을 부릴 것”임을 우려하고 “인간생명 수호의 마지막 보루인 교회가 생명수호운동에 다른 어느 일보다 앞서서 조직되고 실천돼야 할 것”임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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