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8,9-14)
지난번 대목에서 기도는 환난 중에서도 끈질기게 올려야 한다는 교훈을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오늘은 이어서 기도에 대한 둘째 교훈이 제시된다. 기도는 자기 잘난 것을 하느님께 보고드리는 것이 아니다. 기도라는 것은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이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고 하느님께 자기 잘못을 말씀드리는 것이다.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나는 이러 저러한 좋을 일을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릴 필요가 있겠는가. 오늘의 대목은 잘난 사람의 기도와 못난 이의 기도를 비유로서 제시하고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못난 이처럼 죄인으로 말씀드려야 한다는 교훈을 말씀하신다.
자기만 옳은 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자기의 생활 규준으로 남을 판단하고 자기 생활규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교정한답시고 해악을 가하는 사람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다. 오늘의 비유는 예수께서 당시 사람의 두 가지 유형 즉 바리사이파 사람과 세리를 들어 말씀하셨지만 언제나 교훈으로 새겨야 할 영원한 교훈이다. 어떤 사람이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인가를 가르칠 때 예수께서는 흔히 두 사람을 비교하여 가르치면서 세상일을 잘해서 자기는 옳다고 생각하는 자기충족의 사람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비유를 여러 번 드셨다. (루카 15,11-12:16,19-31 마태 21,18-32).
오늘은 구약율법의 요구를 넘어서 선행을 더 하면서 스스로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바리사이파 사람과 유대아 사회에서 죄인취급을 받으면서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세리의 비유를 들어 회개가 새 사람을 만든다는 가르침을 되풀이하신다. 이 이야기는 다른 비유들이 가상적인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비해서 예수 당시의 실제적인 생활인물들을 등장시킨 점에서 교훈은 더 생생하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간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제관이 성전에서 제물을 드리는 제사에 참석하였고 제관이 제물을 드리는 동안 백성들은 기도를 올렸다. 혹은 기도문을 외기도 하고 몸을 흔들기도 하고 혹은 울기도 하였다. 이때 그들의 기도는 “자비하신 하느님 지성소에 내리시어 이 백성의 제물을 기쁘게 받으소서”라는 내용이었다. 기도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공적인 거룩함을 드러내는 요건중의 하나였다. 그러니 이들의 기도는 바라사이파 사람들의 특징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그와는 반대로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죄인으로 간주되던 세리가 기도한다는 것은 보기에도 어색하였다.
오늘 비유에서 기도의 직업인인 바리사이파 사람과 기도 공동체에서 소외된 세리가 함께 기도하러 올라갔다는 것은 좀 이상하게 들린다. 아마도 공동체 기도가 아니고 사적으로 올리는 기도였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복음서에서 읽어 알듯이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회랑에서 윗자리를 찾고 일반 민중과 구별되는 특정인석에 앉으며 길가에서는 인사받기를 기대한다. 오늘 비유의 바리사이파 사람도 이마에 성구갑(聖句匣)을 달고 번쩍거리며 특권층을 나타내는 긴 술 달린 옷을 입고 기도석에 여보라는 듯이 앉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으로 부족했던지 하느님께까지도 자기를 내세우려고 기도하러 성전에 온 것이다. 그러니 앉아서 조용히 기도하기보다는 서서 소리높여 기도해야만 했다.
자, 그의 기도내용을 들어 보자.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강도질하거나 사기 치는 일이나 간음하지 않았습니다. 저 세리와는 달리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치는 십일조(十一租)를 지켰습니다” 이 기도에서 강도질 토색질 간음 따위 인간으로서 당연히 피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일과 자기외의 다른 모든 사람과 비교하여 자기가 의롭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소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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