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에 펼쳐져있는 이 가을에 차 한 잔과 함께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서울 예수」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 정호승(프란치스코·42세) 씨가 그동안의 시작(詩作)에서 잠시 외도(?)해서 펴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제삼기획)란 책이 가을의 문턱에 선 젊은이들의 마음에 훈훈한 사랑을 느끼게 하고 있다.
시인 정호승씨가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느꼈던 것들을 짤막짤막한 글로 간결하게 표현한 이 책에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속의 경험들 속에서 인생의 참 맛,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들을 끄집어내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사랑의 참모습이 무엇인가를 함께 찾아보고 깨닫기 위해 씌어진 책”이라고 설명하는 정호승씨는 “천천히 길을 걷다가 잠깐 커피 전문점에라도 들러 차 한 잔을 드는 마음으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이 보다 더 깊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이 책의 머리말에서 강조하고 있다.
독자들로부터 사회참여에 주력하면서도 그 표현 방식이 거칠기 보다는 서정적이어서 더욱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정호승 시인.
“인간의 마음에 나타나는 본질적인 문제,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고 밝히는 시인의 모습 속에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글만을 쓰기위해 주어진 자신의 시간을 사랑하는 장인(匠人)의 모습이 엿보인다.
특히 정씨가 가톨릭에 입문하게 된 과정은 더욱 그의 사람됨을 엿보게 한다. 군제대 후 대학 4학년때 정호승씨는 다시 우리나라의 형벌제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주제로 소설을 구상 중이었다고 한다.
단순히 소설의 소재를 얻고자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를 읽으면서 정씨는 종교적 심성에 젖어들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천주교 신앙의 선조들의 처절한 삶속에서 깊은 감동을 받게 됐다”는 정호승씨. 그의 모습에선 왠지 조금은 개구진 모습을 띤 친근한 흙냄새가 물씬 풍겼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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