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고전(古典)으로 국문학사에 있어 가톨릭 사상에 기초한 전기문학(傳記文學)의 새로운 쟝르를 개척한 순교일기(殉敎日記)가 신자들의 무관심속에 서고(書庫)에 잠들어 있어 고전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망되고 있다.
1846년 기해박해(己亥迫害)와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를 전후로 순교자들의 아들, 동생, 아내, 친구 등 목격자들에 의해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된 대부분의 순교일기는 103위 성인의 시성 기초자료가 될 만큼 교회사적으로 사료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순교일기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현석문이 1839년 기해박해 순교자들의 전기를 기록한 「기해박해」(긔희일긔)이다.
기해박해가 터지자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성 앵베르 주교의 명령으로 당시 사목회장 현석문이 정하상, 현계연, 이경천 등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기록하고 김대건 신부가 부분 보충하는 등 3년에 걸쳐 완성한 「기해일기」는 기해년 1백14명의 순교자 명단과 그 중 78명의 순교사기를 담고 있다.
「기해박해」에 올라 있는 78명의 순교자중 69명이 1925년 7월5일 복자위에 올랐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4년 시성됐다.
1798년 12월6일 전라도 정산에서 순교한 이도기 바오로의 전기인 「정산일기」(뎡산일긔)는 한글 궁체로 정결하게 쓰인 한글본으로 내용은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에 수록된 이도기 전기와 거의 똑같다.
「치명일기」는 1866년 병인년 흥선대원군의 박해로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의 명단과 약전이 기록된 것으로 총 1백62쪽의 방대한 분량이 서술돼 있다.
뮈텔 주교에 의해 1891년 병인순교자 자료 수집작업에 착수 4년만인 1895년에 완간된 「치명일기」는 베르뇌 장 주교를 비롯한 프랑스 성직자와 조선인 순교자 8백77명의 출생지, 신앙상태, 잡힌 날짜와 장소, 치명일자, 나이 및 장소를 지역별로 일련번호를 붙어 표기하고 있다.
「치명일기」에 기록된 순교자중 24명이 1968년 시복됐고 103위 성인반열에 드는 영광을 얻었다.
「기해일기」를 비롯한 대부분이 순 한글로 기록돼 근대 문장의 변천과 문체 연구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료로 귀중히 다뤄지고 있는 순교일기는 근대 산문 문학의 한시발로 죽음을 이긴 신앙을 묘사한 ‘초극의 문화’ 동서사상의 만남과 갈등을 승화한 ‘신앙문학’ 순교자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탄생시킨 ‘전기문학’이란 굵직한 국문학적 특성을 굵직한 국문학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성에 중점을 두고 전기체(傳記體)로 써진 순교일기는 대체로 서두에 순교자의 내력을 간단히 밝힌 다음 입교 동기, 신앙생활의 열심, 박해를 당한 뒤 붙잡혀 모진 형벌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순교일기를 전공한 국문학 박사 하성래 교수(수원 가톨릭대학)는 “순교일기는 사상적으로는 구약성서, 중세 성인 전기에 기초하지만 서술 형식과 구성에 있어서는 장래의 한국 전(傳)의 형식과 구성을 따르고 있다”면서 “‘힘과 거짓말 속에 비겁한 관리’와 ‘약함과 진리 속에 용기 있는 순교자’를 대비시켜 극적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 순교일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또한 “순교일기는 동서양의 사상적 만남과 갈등을 영성적으로 승화시킨 빼어난 문학작품”이라 평가하고 “종래로 국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승리와 초극을 형상화한 국문학의 백미”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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