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주년] 개편 후 4달… 대리구제는 정착 중-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2개 대리구로 조직 개편… 주교-사목 일선 직접 소통 강화
교구 급성장으로 기존 대리구제 한계 봉착
유기·통합 사목 위해 구조 단순화 필요
복음화국·청소년국도 각 대리구로 이관
지난 6월 29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 ‘새로운 제도’를 반포했다. 이어 7월 3일에는 제1대리구장에 이성효 주교가, 7월 5일에는 제2대리구장에 문희종 주교가 취임했다. 하지만 대리구는 아직 자리를 잡아나가는 중이다. 제2대리구청이 임시 대리구 사무실에서 의왕 오전동의 제2대리구청으로 이전하고, 지난 4일에 대리구청 축복식을 거행했다.
막상 신자들 입장에서는 대리구제가 개편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창간 11주년을 기념하며, 교구민들이 대리구제 의미와 개편 후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특집을 싣는다.
7월 5일 분당성요한성당에서 거행된 문희종 주교 제2대리구장 취임미사 중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강론을 통해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을 전하며 교구가 나아가고자 하는 변화의 방향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교구 홍보국 제공
■ 대리구제가 뭐길래
벌써 10년 이상 ‘대리구’란 말을 사용해왔지만, 막상 그 의미를 말하라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대체 ‘대리구’는 뭘까.
대리구제도는 일정한 지역 안에서 교구장이 선임한 교구장 대리가 교구장의 직권을 대신해 수행하는 제도다. 교회법 제476조는 “교구의 올바른 통치를 위하여 요구되는 때마다 교구장 주교에 의해 1명이나 여러 명의 교구장 대리들도 선임될 수 있다”면서 “그들은 교구의 특정 부분이나 특정 종류의 업무나 특정한 예법의 신자들이나 특정인들의 집단에 관해 아래의 교회법 규범에 따라 보편법으로 총대리가 소관하는 것과 동일한 직권을 가진다”고 명기하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구는 신자 수가 교구 설립 당시와 비교할 때 10배에 육박했고, 본당도 10년 사이에 88개에서 167개로 늘어나는 등 규모가 빠르게 팽창했다. 이미 한국교회에서도 2번째로 큰 교구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도 인구이동과 교구민의 선교 열정 등 영향으로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틀과 체계가 필요했다.
이에 당시 교구장이었던 최덕기 주교는 2005년 대리구제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교구 대리구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해 2006년 대리구제도에 관한 교령을 반포했다. 교구가 시행한 대리구제는 지역 중심으로 수원·성남·안산·안양·용인·평택 등 6개 대리구가 운영됐다.
■ 왜 개편했나
교구의 대리구제는 교구 사목권을 분산시켜 지역 중심의 사목을 활성화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구의 내·외적인 환경이 변했고, 이에 따른 제도 개선이 요구돼왔다.
교구는 교구설정 50주년을 준비하면서 미래정책분과위원회 소속 교구비전특별위원회를 설립해 3년에 걸쳐 교구의 전반적인 조직과 체계를 점검하고 현 시대에 맞게 적용하고자 연구했다. 그 성과로 교구설정 50주년을 맞는 2013년, 기존 교구 대리구제도를 수정·보완한 「새로운 방법–수원교구 대리구제도(개정본)」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제도를 수정한 정도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교구의 성장과 시대 요구에 따라 교구가 담당하는 사목분야는 넓어져 사목자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 6개나 되는 대리구제 유지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또 대리구가 교구에 비해 사목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대리구를 지원하기 위해 다시 교구 조직이 비대해지는 현상도 발생했고, 소통 구조가 복잡해졌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사실 이번 개편은 이미 지난 2009~2013년 교구 조직과 대리구제도에 관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된 안이다. 교구는 개편에 앞서 3차례에 걸쳐 교구 사제단에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지난 5월 2일에는 사제총회를 열어 투표를 통해 대리구제 개편을 결정했다.
이용훈 주교는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 ‘새로운 제도’에서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하기(Ecclesia semper reformanda est) 때문에 교구는 다시 변화하여 새로운 활력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편은) 우리 교구가 대리구제도를 처음 시행하고자 했을 때의 정신과 목적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대리구제 개편의 의미를 역설했다.
7월 3일 권선동성당에서 거행된 이성효 주교 제1대리구장 취임미사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어떻게 변화했나
개편된 대리구제의 가장 큰 외적인 변화는 교구 사목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복음화국과 청소년국의 기능이 모두 각 대리구에 이관됐다는 점이다. 교구는 전국 교구 중 유일하게 교구청에 사목 주관 부서가 없는 교구가 됐다.
각 대리구청의 부서는 사무처와 복음화1·2국, 청소년1·2·3국으로 1처 5국 체제다. 청소년사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구답게 청소년국을 3개 국으로 세분화해 각각 청장년, 주일학교, 성소를 사목하고 있다. 복음화국은 소공동체, 가정사목, 혼인교육, 노인사목 등을 담당하는 1국과 성경사목과 예비신자 교리를 맡은 2국으로 구성됐다. 대리구의 사무행정, 재정·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사무처는 대리구장 주교의 비서실 역할도 수행한다.
내적으로는 주교와 사목 일선 사이를 좁혀 소통을 강화하고, 통합사목을 위한 토대를 닦게 됐다.
개편 이전에는 주교와 사목일선 사이에 교구청 사목 전담 부서, 대리구, 지구 등 중간 단계가 겹겹이 있었지만, 현재는 교구장 주교의 사목권 일체를 위임 받은 대리구장 주교가 지구장을 비롯한 본당 사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교구는 지구장을 교구장이 임명하는 직무로 삼았다. 지구장은 사실상 대리구장 주교의 직접적인 협력자로서 지구 사목 활성화를 맡게 된다.
통합사목 측면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모가 작아진 만큼 대리구장 주교가 대리구청 처·국장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리구청 직원들도 처·국에 국한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제1대리구의 경우 처·국과는 별개로 대리구청 사제들과 직원들을 사무행정·교육연구·홍보자료팀으로 나눠 협력하고 있고, 제2대리구는 대리구청 직원 총책임자를 중심으로 부서와 관계없이 직원들이 다양한 사목분야의 일을 분배하고 있다.
대리구 차원의 사목적 시도들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제1대리구는 성령의 은사를 계발하기 위한 피정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목적 자료를 필요한 계층이 신속하게 찾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사목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제2대리구는 여자 수도성소를 위한 프로그램과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