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제 개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교구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교구 주교들이 대리구장으로 임명돼 주교들이 대리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과 소통에 적극 나선다는 점이다.
교구와 대리구는 어떤 방향으로 대리구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대리구제의 나아갈 방향과 그 준비과정에 관해 제1대리구장 이성효 주교와 제2대리구장 문희종 주교를 만나 들어봤다.
사진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 제1대리구장 이성효 주교
“본당·지구와 다양한 매체 통한 소통 구상 중”
본당 특성 파악해 사목 돕는데 총력
‘은사계발 프로그램’도 기획 단계
소통 핵심은 ‘기도’… 하느님께 의지해야
“이번 대리구제 개편은 대리구라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당과 지구가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돕고자 마련된 것입니다. 당장 해법을 찾으려하기보다는 본당 사제와 함께 어려움을 나누면서, 신자들과 더욱더 소통하고 통합사목, 바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사목을 구현해나가려 합니다.”
7월 3일부터 제1대리구장을 역임하고 있는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는 “대리구를 지구나 본당의 상위 기관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대리구는 본당과 지구가 통합사목을 위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한 가지 요소를 활용해서 다양한 작업이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을 의미한다. IT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각되는 개념 중 하나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지구와 본당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사목하기 위해 활용하는 ‘교구 통합사목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교구는 지속적으로 교구 내 각 국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사목할 수 있는지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교구 전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사목을 실천하려 했는데 그게 사실은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대리구제 개편을 통해 통합사목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지난 2017년 12월 3일 사목교서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를 통해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유기적 관계망 안에 놓고 접근하는 사목유형인 ‘통합사목’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교구 규모가 비대해짐에 따라 각 국의 사목분야가 각각 전문성을 띨 뿐 아니라 그 영역과 대상이 방대해 유기적인 협력을 위한 준비작업에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이성효 주교는 이번 대리구제 개편으로 각 사목분야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용이해졌다고 설명한다. 인원이 적어진 만큼 대리구청 처·국장 사제들과 소통도 더 긴밀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지구와의 연계도 좋아졌다. 게다가 교구청에 비해 대리구청은 직원 수가 적어 각 직원이 협력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 주교는 “제1대리구는 외적으로는 사무처, 복음화1·2국, 청소년1·2·3국으로 나뉘어 있지만, 내적으로는 국과 관계없이 사무행정·교육연구·홍보자료 등을 담당하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통합사목을 위해 사제 간의 협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체는 ▲말씀의 증거생활 ▲전례적인 축제 거행 ▲이웃 섬김의 세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이뤄지고 각 개인과 공동체가 지닌 뛰어난 점을 계발할 때 건강한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통합사목에서 말하는 건강지표죠. 대리구는 각 지구·본당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 사목자들이 본당의 특성을 파악하고 사목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둬야할 지 알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 합니다.”
특별히 제1대리구는 각 본당에서 통합사목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리구는 ‘은사계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본당에서 견진성사에 그치지 않고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들이 각자 어떤 은사를 받았고, 그 은사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가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신앙성숙에도 도움을 주고, 본당 단위 프로그램을 통해 본당이 지닌 특성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해 협력하고 통합사목을 이루는 사목적 플랫폼이 되도록 준비하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 안에서 성장해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는데 익숙한 청소년·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구상하는 플랫폼의 근본적인 목적은 그동안 찾지 않았던 계층에게도 찾아가는 것으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로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공간에서는 하느님을 체험할 수 없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 청소년, 청년들에게 어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영적 자양분을 주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밖에도 이 주교는 시간 나는 대로 가장 어려운 본당을 방문하는 등 대리구 내 소통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가 소통을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기도’다. 소통은 그 원천이신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 주교는 말한다.
이 주교는 “대화라는 뜻의 영어 다이얼로그(dialogue)는 그리스어 디아로고스(dialogos)에서 온 말”이라며 “디아로고스는 ‘말씀이신 그리스도(로고스)를 통하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도 대화에는 ‘나’와 ‘너’가 있어야 하고, 말씀이 계셔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내가 소통이 됐다고 느끼더라도 하느님께서 해주시지 않으면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교회를 사랑하고 성직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잘 간직하고, 이웃들에게 좋은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시는 신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당부 드리고 싶은 것 하나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하느님께 다가설 수 있는 신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신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그런 작은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 제2대리구장 문희종 주교
“냉담 교우 늘고 성소자 줄고 있어… 대리구에서부터 해결책 모색”
두 대리구 따로 움직이는 것 아니라
긴밀한 소통으로 ‘통합사목’ 향하는 것
구성원에게 ‘신앙의 기쁨’ 전하고파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따른 사목을 펼치기 위해 신부님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각 지역 평신도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소통하는 가운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목적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6월 29일 대리구제의 개편이 시작됐다. 하지만 제2대리구는 9월에서야 대리구 사무실과 각 대리구국장 신부들의 사제관, 문 주교의 주교관을 의왕 오전동에 자리한 제2대리구청에 이전했다. 물론 새 대리구청사에 입주하기 전부터 새 대리구의 복음화 환경을 파악하고 제2대리구의 본격적인 운영을 준비해오기는 했지만, 제2대리구청의 안정된 업무는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난 셈이다.
4개월가량 제2대리구장 소임을 수행해온 교구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는 “우리 교구의 새 대리구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구와 대리구 간의 여러 행정 업무를 보완하고 각 본당과 대리구의 유기적 협력 속에 지역 복음화를 위한 여러 분야의 실무체계를 정착시켜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저와 함께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대리구청의 각 처·국장 신부님들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 주교는 새로 시행되는 대리구제도에 관해 “사목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교구장 주교님께서 교구의 여러 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중하게 고민하신 끝에 대리구제도를 개편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혹시 두 개의 대리구가 운영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데 교구장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따라 주교님들과 긴밀한 소통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리구가 나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주교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근 8년 간 교구 복음화국장을 맡으면서 교구의 전반적인 복음화 정책과 그에 따른 실무를 담당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된 만큼 제2대리구의 사목적 환경을 파악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지만, 대리구가 맞닥뜨린 사목적 과제는 여전히 난제로 다가왔다.
“현 시대가 너무나 극단적으로 개인주의화, 물질주의화 되다보니 현대인들은 신앙과 교회의 가르침을 보편진리가 아니라 개인 취향에 맞게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적인 신심이나 영성을 잃고 신앙생활 자체도 개인화, 익명화되거나 냉담하는 교우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지만, 이것이 우리 교회는 물론 대리구에서도 극복해야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이런 과제를 타개하기 위해 제2대리구는 현재 각 처·국을 중심으로 모든 청소년·청년, 성인,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 중이다. 또 각 지구장 신부들이 함께 모이는 대리구 사제평의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현 시대에 맞는 사목적 프로그램을 수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문 주교가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리구와 함께 특별히 무게를 두고 고민하는 분야는 ‘청소년사목’이다. 문 주교는 “내년 계획 중 하나는 한국교회의 우려 중 하나인 여자 수도성소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대안”이라면서 “이미 교구 내 몇몇 지구가 지구별로 여자 수도자 성소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리구 내 모든 지구에서 성소모임을 더 적극적으로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 주교는 “교구의 특징 중 하나가 신자들의 강한 교육 욕구”라면서 “신자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리구제 개선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교구 구성원들의 유기적 소통이다. 문 주교는 대리구민들과 소통하며 전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신앙의 기쁨’이다.
“신자들에게 친근한 목자로, 함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다가가려 하고 있어요. 항상 본당을 방문하면 신자들에게 기쁨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려합니다. 그런 가운데 본당 공동체가 복음화, 청소년 신앙교육,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을 노력해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는 아이들에 맞게, 어르신을 만날 때는 어르신에 맞게, 봉사자를 대할 때는 봉사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야말로 ‘팔방미인’의 역할을 수행하다보면 몸이 지칠 법도 한데 문 주교는 그 또한 자신의 기쁨으로 여긴다. 이렇게 상대방에 맞춰 소통하기 위해 긴장을 하다 보니 문 주교는 본당 방문 뒤 차에 타면 “차문을 닫는 순간 긴장이 쫙 풀린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교구청을 떠나 대리구청사에 주교관을 둔 것도 소통의 측면에서 큰 이점이다. 문 주교는 사제들, 직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교구가 지향하는 통합사목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문 주교는 “신부님들과 격 없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 있음에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모든 신부님들, 교우분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날은 과거처럼 신앙생활을 순탄하게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간혹 이런 세상의 흐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교회는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보편적인 교회이자 유구한 역사 안에서 온갖 풍파를 헤쳐 오면서 뿌리가 깊게 내린 나무처럼 훌륭한 교회입니다. 자랑스런 순교자들이 발판을 만든 교회의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세상 속에서도 세속의 여러 유혹에 당당히 맞서는 자랑스러운 신자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때 신앙생활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작은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