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주년] 대리구 개편에 맞춰 새롭게 출발하는 수원교구 평협
세상 누룩으로서의 평신도 사명 되새기겠습니다
평신도사도직 바탕으로 시작된 한국교회사
자발적 공동체 형성과 복음선포 의미 깊어
일치 이루고 하느님 구원계획 실현 참여
“설립 50주년, 쇄신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
죽산성지 내 영성관에서 열린 교구 2018 상반기 총회장 연수 파견미사 중 총회장들이 구호 “자 일어나 가자”를 외치고 있다.
10월 20일 교구청 지하대강당에서 열린 본당 총회장 연수 파견미사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정태경(마티아) 회장을 비롯한 제23대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교구 평협) 임원진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제23대 교구 평협이 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제23대 평협은 임원진 준비기간이 길었다. 교구 평협 임원진의 임기는 보통 6월로 마치고 7월부터 새롭게 시작해왔는데, 마침 이번 6월 29일에는 교구 대리구제가 개편을 했다. 교구 대리구제가 개편되면서 교구 평협도 개편된 대리구제에 맞게 변화해야 했고, 각 대리구의 정착기간인만큼 교구 평협과 각 대리구 평협도 새로 구성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 이번 임명식에도 아직 제2대리구 평협 임원진이 채 임명되지 못했다. 제2대리구 평협은 10월 말 구성된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내년 교구 평협은 교구 평협 역사상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다. 바로 교구 평협 설립 50주년이다. 50주년을 준비하면서 교구 평협, 그리고 그 정신이 되는 평신도사도직운동을 돌아보면 어떨까.
10월 20일 교구 총회장 연수 파견미사를 마치고 교구평협 영성지도 양태영 신부, 이용훈 주교, 정태경 회장(맨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과 본당 총회장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평신도사도직의 주역, 평신도
평신도는 일반적으로 세례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해 그리스도의 백성으로서 사명을 완수하는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의미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는 평신도를 ‘듣고 따르는 교회’(ecclesia discens et oboediens)라 하며 평신도의 수동성을 주로 말했지만, 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능동적인 사도직활동이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교회의 설립 목적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나라를 온 세상으로 넓히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시키며, 그들을 통하여 온 세상이 실제로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한 신비체의 모든 활동을 사도직이라 한다. 교회는 모든 지체를 통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사도직을 실천한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 2항)
공의회는 평신도의 특수사명을 인정하고 평신도를 통해서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후 교회는 평신도가 사회의 누룩으로서 세상에서 주 예수의 부활과 생명의 증인이 돼야 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표지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성직자가 교계제도 안에서 성직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면, 평신도는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하고, 사회질서를 개선해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 평신도사도직운동
교회는 “인간은 본성상 사회적이며, 하느님께서도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1베드 2,5-10 참조) 또 한 몸으로 결합되기를(1코린 12,12 참조) 바라셨다”면서 “그러므로 단체 사도직은 신자들의 인간 조건과 그리스도인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 18항)라고 평신도들이 공동체, 즉 사도직단체를 이뤄 조직적인 사도직을 수행하길 권고한다.
평신도사도직운동은 이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평신도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일치하고 시대의 표지에 따라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실현하는데 참여한다.
한국교회, 특별히 교구는 이런 평신도사도직을 바탕으로 교회가 시작된 교회사 사상 유례가 없는 역사를 지니고 있어 평신도사도직운동에 더 깊은 의미가 있다. 1779년 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의 천진암에서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을 비롯한 평신도들이 강학회를 열고 자발적으로 천주교 교리를 연구하고 신앙공동체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신앙공동체 형성과 복음선포 활동은 조선 전역으로 교회가 뻗어나간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박해를 견뎌낸 한국교회는 평신도지도자인 ‘회장’을 양성하고 운용해 성직자가 적은 현실 속에서도 성직자를 보필하고, 공동체를 이끌며 복음을 전했다.
서양에서도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 이후로 평신도의 사회노동운동이 촉진됐고, 1951년에는 첫 세계 평신도대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1967년 열린 제3차 평신도대회의 한국 대표단을 중심으로 국내에도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설립됐다.
이용훈 주교는 총회장 연수 파견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사제직, 예언직, 왕직’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하고 “사제직은 자기를 희생하며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고, 예언직은 예수님께서 실천하신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도록 촉구하는 것이며, 왕직은 우리 신자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평신도가 수행해야할 사도직에 관해 설명했다.
■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교구 평협은 교구 내 모든 본당의 사목평의회와 사도직단체의 협의회로서 교구 평신도의 뜻을 모으고 교구 내 평신도사도직의 활성화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교구 내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평신도사도직단체들도 교구 평협 산하의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정연주, 이하 교구 평단협)에 소속돼 교구 평협과 함께 평신도사도직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교구 평단협 회장이 교구 평협 부회장을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또 교구 평협은 산하에 사무국, 홍보·문화부, 교육·청소년부 등의 부서를 설치하고 교구 평신도들의 사도직 활성화를 위한 교육·행사 등을 비롯해 생명수호, 사회복지, 사회정의 참여, 평신도운동, 캠페인 등을 펼쳐왔다.
새롭게 시작하는 교구 평협은 교구장 주교의 사목방침을 바탕으로 1년 간 교구 내 평신도들이 뜻을 모아 실천할 사도직 목표를 수립하고, 50주년 기념사업과 기념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구 평협 정태경 회장은 총회장 연수 인사말에서 “한국 평협 설립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평신도 주일을 시작으로 평신도 희년을 살아왔지만,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더 많은 희년이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주님의 은총으로 내년이 우리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설립 50주년 희년”이라며 “평신도사도직의 삶을 되돌아보고 쇄신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로 승화시키자”고 말했다.
10월 20일 교구 총회장 연수 중 이용훈 주교가 정태경 회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노창래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