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주년] 르포-‘북수동본당 상아탑 Pr.’을 만나다
59년 전 싹튼 교구 첫 레지오마리애… 복음화·봉사에 앞장
20여 명으로 시작해 분가시키며 성장
2016년 3000차 주회합… 명맥 이어와
30~60대 다양한 연령대 활동 중
꾸준히 기도·선교하는 ‘성모님의 군대’
‘상아탑’ 쁘레시디움 채영권 단장(앞줄 맨 오른쪽)을 비롯한 단원들이 10월 20일 선교활동 후 본당 성모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복음 전하러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천주교를 알려드리려 근처 성당에서 나왔어요. 이 책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제1대리구 북수동본당(주임 최바오로 신부) 소속 ‘상아탑’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10월 20일 오후 성당 인근 상점들을 돌며 거리선교에 나섰다.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혼성 레지오마리애 팀인 상아탑 쁘레시디움은 이번 선교활동을 위해 3개월 동안 고리기도를 바쳤다고 한다.
채영권(프란치스코) 단장은 “단원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선교할 수 있도록 선교 대상자들을 위한 기도를 먼저 바치도록 독려했다”며 “영적 준비가 먼저 이뤄져야 복음을 선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길에서 만나는 이웃, 바쁘게 일하는 상점 주인에게 친절한 미소와 함께 천주교 안내책자를 건넸다. 눈길도 안 주고 지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인사하는 이도 있었다. 싸늘한 반응에도 단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선교에 나선 곽경아(레지나) 단원은 세례 받은 지 6개월 된 새내기 신자였다. 곽 단원은 “선배 단원들의 격려에 용기를 얻고 복음을 선포하고자 나섰다”고 말했다. 곽 단원은 “복음을 전하려면 우선 나 자신이 준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시 교리공부도 할 겸 요즘은 예비신자 교리반 봉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상아탑 쁘레시디움의 10월 두 번째 선교활동이었다. 지난 7일에는 냉담교우의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당에 나오지 않기에 문도 열어주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단원들은 용기를 냈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연 냉담교우의 모습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밝았다고 한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생계의 어려움으로 주일미사 지키기도 쉽지 않은 사정임을 알게 됐다.
채영권 단장은 “성당에는 못 나오더라도 항상 하느님을 잊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본당 신자들이 냉담교우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상아탑’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 교구 레지오마리애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의 군대’라는 뜻의 레지오마리애는 단원들의 성화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활동을 하는 평신도사도직단체다. 고대 로마 군단을 본 딴 군대 형태로 조직돼, 단원들의 충성과 덕행, 용맹을 요구한다. 레지오마리애 단원들의 주요 활동은 기도와 복음화 활동, 사회적 봉사다. 성모님의 군대라는 자부심으로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화하며, 영적 기반을 바탕으로 세상 복음화와 봉사에 앞장선다.
북수동본당 상아탑 쁘레시디움은 교구 레지오마리애의 ‘어머니’다. 1959년 목포에서 레지오마리애 단원으로 활동하던 신자가 북수동본당에 단체를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그해 4월 상아탑 쁘레시디움이 20여 명 단원을 중심으로 임시간부를 조직해 7월 정식 설립됐다.
상아탑 쁘레시디움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1년 만에 3개 본당에 5개 쁘레시디움을 분가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구성된 꾸리아가 현재의 ‘천지의 모후’ 레지아로 발전했다.
상아탑 쁘레시디움은 2016년 1월 17일 3000차 주회합을 가졌다. 교구 레지오마리애의 맏형인 만큼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방문했고, 축하미사도 집전했다. 지난 10월 23일 상아탑 쁘레시디움은 3143차 주회합을 했다. 현재 12명의 행동단원과 8명의 협조단원으로 구성된 상아탑 쁘레시디움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20분 주회합을 하고 있다.
채영권 단장은 “교구 레지오마리애의 맏형이라고 하지만, 3~4명이 꾸려가던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며 “꾸준히 기도하면서 보다 활력있는 팀으로 거듭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돼 혹시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오히려 세대 간 화합하면서 친교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성당 인근 상점을 돌며 선교활동을 하는 단원들.
■ “십자가를 따르라”
지난 2011년, 가톨릭신문은 레지오마리애의 세계본부에 해당하는 중앙평의회 ‘콘칠리움 레지오니스’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취재진을 맞이한 관계자는 “한국교회 레지오마리애의 열심한 활동상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치하한 바 있다.
실제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교회 레지오마리애는 평신도사도직단체 중 가장 두드러진 규모와 활동을 자랑했고, 단연 전 세계로 활동상이 알려졌다. 그러나 교회의 세속화 진행으로 한국 레지오마리애도 균열이 생기게 됐다.
채영권 단장은 이에 대해 “당장 가톨릭신자들부터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세속화 현상이 심해졌다”며 “신자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의 십자가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능태(안드레아) 단원은 상아탑 쁘레시디움 구성원 중에서도 단연 선교왕이다. 김 단원은 기자에게 젊은 시절부터 체험했던 선교의 신비를 소개했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대표에게 입교를 권유했더니 “혼자서는 못 간다”며 모임방이 꽉 찰 정도로 주변 지인들을 여럿 데리고 성당에 나왔던 사연을 전했다. 무슨 일인지 말도 않고 술주정으로 주변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었던 한 냉담교우를 찾아가 말없이 끌어안았더니, 울면서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생명이 끊어질 뻔했던 한 교우를 도와주러 갔다가 다행히도 수녀들을 만나 위기를 넘겼다는 체험도 소개하며 김 단원은 “제 삶에 성령께서 늘 함께 하시고, 복음의 길로 우리 모두를 이끌어 주심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선교라 여기며 열심히 주변인들을 복음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아탑 쁘레시디움은 앞으로도 꾸준한 기도를 바탕으로, 적어도 분기별 집중선교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또 본당 관할구역 내 냉담교우를 찾아다니면서 그들이 다시 교회 품으로 돌아오도록 힘을 쏟을 계획이다.
채 단장은 “레지오마리애 단원뿐 아니라 모든 평신도들은 영혼 구원을 위해 나서는 성모님의 군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 단장은 또 “각자 개인시간을 투자하기 힘든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그러나 끊임없이 성찰하고 ‘복음화’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대리구 북수동성당 전경.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