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강주석 신부
“이 시대의 평화 위한 교회 사명 실천하는 기회”
더 많은 이들과 연구 성과 나누게 되길
평화의 복음 더 깊이 공부하고 실천해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이하 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강주석 신부는 10월 18일 가톨릭신문사(사장 이기수 신부)와 업무제휴 협약(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맺고 이번 협약을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을 실천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 중에 하나인 가톨릭신문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은 한국교회가 우리의 근현대사 안에서 복음의 정신에 따라 정의와 평화를 성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동북아평화연구소가 가톨릭신문의 역사를 배우면서 평화를 향한 교회의 사명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주석 신부는 이번 업무제휴 협약이 교회 내 다양한 구성원들과 동북아평화연구소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5년 9월 동북아평화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학자들의 연구 성과도 필요하지만 일반 평신도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평화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톨릭신문과의 업무제휴 협약이 이러한 연구소의 지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 신부는 동북아평화연구소의 구체적인 연구 성과들이 가톨릭신문 보도를 통해 한국교회와 독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전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성찰할 수 있는 연구성과와 결과들을 가톨릭신문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국내의 연구자들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가능하면 사회주의권 종교인 학자들의 의견들도 가톨릭신문에 소개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위치해 있는 동북아시아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세계 평화 정착에 중요한 지리적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강 신부는 남북 정상회담의 연이은 개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거론 등의 상황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평화 정착 흐름에 대한 의견도 들려줬다.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측’하기보다는 희망하는 차원에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한반도는 20세기 냉전의 중심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을 치렀습니다. 수백만의 사람이 죽었고 수천만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아직까지 전쟁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남과 북은 또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비극적인 역사를 지속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분열의 악을 끝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어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10월 18일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바티칸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고, 교황님의 방북 가능성도 언급되는 것을 보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통해 인류의 평화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이 특별한 기회에 더 간절히 기도하고 평화를 위한 여정에 교회가 앞장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교황의 방북 가능성까지 현실화 하는 시점에 가톨릭신문과 동북아평화연구소가 업무제휴 협약을 맺은 것은 교회 안팎에 던져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강 신부가 기대하는 이번 업무제휴 협약의 시너지 효과는 무엇일까.
“그리스도의 평화를 ‘연구’한다는 것이 사실 신자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당을 건축하거나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직접 도울 수 있는 후원과는 다르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분단의 고통을 겪어온 한국교회가 이제는 평화의 복음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가톨릭신문과의 협력을 통해서 평화의 여정에 더 직접적으로 함께하실 수 있는 분들이 많아지고 연구소 활동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 신부는 동북아평화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의 업무제휴 협약을 계기로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분열된 남북 관계, 한반도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강대국들의 갈등은 우리가 믿는 복음을 더 깊이 있게 성찰하도록 신앙인들을 초대합니다. 우리 교회는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을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교회만의 사명이 아니라 보편교회의 사명입니다.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동북아평화연구소가 마련한 국제학술대회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무력이 아닌 대화와 평화적인 수단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고, 이러한 한국교회의 입장이 미국주교회의를 통해 백악관에 공식서한으로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강주석 신부는 마지막으로 “2018년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평화가 간절했던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연민했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하느님의 정의가 드러나는 평화,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화해의 사명을 가톨릭신문과 함께 수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