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교리서가 정약종의 「주교요지」(主敎要旨)라는 것을 아는 신자들은 드물다. 대다수의 신자들은 1964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가톨릭 교리서」가 최초의 공식 교리서로 생각하지만 한국 가톨릭교회의 교리서 변천사는 한국교회의 역사와 나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교회사학자들은 한국교회사에서의 교리서 변천사를 4개의 저서를 중심으로 4기(期)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 통념이다. 제1기는 「주교요지」가 완성되는 시기이며(1784~1838), 제2기는 「성교 요리문답」 시대(1838~1925), 제3기 「천주교 요리문답」 시대(1925~1964), 제4기 「가톨릭 교리서」 시대(1964~현재)로 교회사학자들은 한국 가톨릭 교리서 변천사를 서술한다. 따라서 한국교회 최초의 교리서이며 고전(古典)인 정약종의 「주교요지」를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독자들의 영적 양식으로 권한다.
초기 명도회 회장으로 정약현, 약전, 약종, 약용 형제의 셋째로 정하상 성인의 부친인 순교자 정약종(1801.2.26 서소문에서 참수 순교)이 지은 「주교요지」는 지식인들뿐 아니라 한문을 모르는 일반 민중들을 가르치기 위해 쓰인 최초의 한글 교리서이다.
총 상 하권 2권으로 된 「주교요지」는 예수회 신부 마테오리치가 지은 「천주실의」의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그 내용은 확연한 차이를 보여 독창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주교요지」는 또한 주요 교리내용의 서술과 함께 불교와 도교에 대한 강한 비판이 실려 있어 오늘날 교리서와도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호교론과 전교를 목적으로 몽매한 일반 민중들을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깨우치기 위해 「주교요지」를 저술한 정약종은 성서내용으로 거의 모든 교리를 설명해 「천주실의」보다 더 진보된 성서중심의 교리교육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주교요지는 상권 32장, 하권 11장 총 43장으로 된 한글 교리서이다.
외형적인 면에서 담긴 내용이라든가 체계, 교수방법이 천주실의와 거의 흡사하나 주교요지는 우리 민족의 유교와 불교에 입각한 기본사상을 중심으로 설명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교요지 제1장은 도입부분으로 천주는 이미 계시는 분이시며 그분을 찾는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면서 교리설명의 도입을 시도한다.
제2~5장은 천주의 존재를 우주의 신비와 귀납적 방법으로 설명하고 제6~14장은 전지전능하고 최고의 선이신 천주의 속성을 밝히고 있다.
제15~17장은 호교론적 입장에서 천주에 대한 그릇된 사상을 배격하고 있다. 정약종은 여기서 ‘하늘이 천주가 아니요, 만물은 스스로 된 것이 아니며, 도교의 교리인 옥황상제가 천주가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불교에 대한 비판을 서술한 제18~26장은 윤회설은 허망한 것이라면서 영혼의 불멸성과 하느님의 공정한 상선벌악을 제시하고 있다.
제27장은 잡귀에 대한 반박으로 일반 민중이 숭배한 미신을 배격하고 있다.
제28~30장까지 상선벌악의 원리를 재보완 불교를 다시 비판한 정약종은 영혼의 불멸성을 강조하고 제31~32장에서 천당, 지옥의 존재와 함께 삶의 목표를 천당에 둬야 할 것임을 피력하면서 상권을 마친다.
상권의 내용이 우리 민족의 생활, 풍습, 사상에서 출발해 교리를 설명했다면 주교요지 하권은 성서에서 출발한 교리 설명이다.
정약종은 하권 1장에서 창세기를 인용 천지창조와 이 작업이 6일만에 이뤄진 것임을 알리고 제2장에서 원조의 원죄가 후손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성서를 들어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해 신의 속성과 함께 인간 양심에 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천주를 따를 것을 촉구하고 있는 정약종의 「주교요지」는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교회를 통해 신앙을 행동으로 생활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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