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달’을 맞아 최근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교회미술 전반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신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점 이상 소지하거나 소장하고 있는 성물에서부터 교회조각, 회화 및 공예부분과 교회 건축에 대해 각각 현황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본다.
최근 김철인씨(바오로·34세)는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십자고상을 하나 마련하기 위해 성물판매소에 간 적이 있었다.
수십여 가지의 십자고상이 즐비하게 걸려 있는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란 쉽지 않았다. 눈에 띄는 고상중 하나를 골라 집으로 가져온 김씨는 거실에 걸어놓은 십자고상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무로 만든 십자고상에 매달린 예수님 얼굴의 조각이 너무나 거칠고 성의 없이 보였으며 몸조차 균형이 잡혀 있지 않았다”면서 “도대체 예술적인 상징도 아니고 졸속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런 성물이 어떻게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겠느냐”고 한탄했다.
교회 안에서 판매되고 있는 성물들이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보다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성스러운 작품’으로 제작, 판매돼야 한다는 요구가 최근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중의 성물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건너온 수입품이 많으며 또한 교회가 적절한 수입 선별기준을 정하지 않음으로써 유럽의 졸속 성물들까지 유입되고 심지어는 유럽의 카탈로그를 보고 그대로 복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성물판매소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는 성물중 국산과 유럽성물은 7대3의 비율이지만 ‘국산의 7’ 마저도 모두 유럽성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매로 성물을 취급하는 곳은 서울에만도 20여 개 정도로 되며 이들 도매업체들은 각 업체마다 10개 정도의 하청업체를 가지고 있어 중복되는 경우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1백여 개가 넘는 성물공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성물공장들은 대개 영세함으로써 미술 전문가에게 창작을 의뢰할 수 없는 형편이고 따라서 대개 유럽성물이나 시중에 나온 전문작가들의 창작품을 복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일선본당의 경우 성물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성물의 이익금을 교회 내 단체의 활동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진짜 좋은 성물보다는 이윤이 많이 남는 성물을 가져다 놓는 경우가 많아 신자들의 선택폭도 좁아지고 있다.
성물은 신자가정이라면 신앙생활을 위해 하나쯤의 십자고상이나 성모상을 갖추고 있는 등 신자들이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교회미술이다. 따라서 신자들의 신심을 더욱 심화시키고 정화시킴으로써 풍요로운 신앙생활을 유도하는 예술적인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국 가톨릭 미술가회 회장 최종태 교수(요셉·서울대 미대)는 “성물도 하나의 교회미술의 영역으로서 작가의 고도의 정신세계가 담겨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예술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업적인 성물들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물론 좋은 성물을 알아보는 안목까지도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교수는 “특히 우리 한국 신자들의 정서를 성물에 담기 위해서는 긴 수련과정을 거친 전문가가 성물제작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정신이 담긴 성물을 보고 기도하고 묵상하고 싶은 바람을 가진 일반신자들은 “교회안의 미술가들이 먼저 예술성도 갖추면서 값도 저렴한 ‘작품으로서의 성물’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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