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고는 지난 7월6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목단강 천주교회를 방문하고 돌아온 인천교구 시흥 신천본당 이용길(세례자요한)신부가 귀국 후 프라도회에 보고한 ‘중국방문 보고서’다. 특히 목단강지역은 얼마 전 영구귀국한 전주교구 임복만 신부가 지하교회 활동을 계속했던 곳으로 현재 71개소의 공소, 신자수 총2천9백65명의 커다란 교회로 발전해왔다. 한국 천주교회와 깊은 관계가 있는 중국교회를 목단강교회를 중심으로 살펴보기 위해 이용길 신부의 중국교회 방문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한 핏줄인 동포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목단강 천주교회의 실상을 알아보고자 3주간의 일정을 잡아 중국을 방문했다. 넉넉한 일정이 아니기에 빠른 걸음으로 다녔으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으로 한국 천주교회가 중국 천주교회를 위해 보다 깊은 관심과 나눔이 함께하기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한다.
1. 준비작업
중국을 여행하는 데는 상당한 애로가 있었다. 수교가 되었지만 초청장이 있어야 여행이 가능하며, 특히 신부들의 여행에 대한 한국 정부의 허락은 매우 까다롭다. 올해 2월1일 흑룡강성 목단강시에서 한국을 방문한 이세현(루스) 형제를 통해 처음 목단강 천주교회의 소식을 접했다.
준비작업에 착수, 가장 큰 어려움은 비자 발급문제였다. 비자가 나오지 않아 중국여행이 취소될 지경에 이르기도 했으나 주님의 안배 속에 7월2일 비자를 발급 받아 7월6일 천진행 비행기로 출발할 수 있었다. 나를 마중하려던 이 루스 형제는 통신시설 부족으로 인해 일정이 변경된 줄 모르고 7월1일부터 천진에서 나를 기다렸다.
2. 천진과 북경에서
①중국 천주교회의 상황
천진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시작된 신부들과 주교들과의 만남은 중국교회의 현주소를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직 공산당의 허락하에서 부분적인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밖에 없기에 이들의 활동은 아직 활기찬 모습은 아니다. 교회의 재정이 빈약하여 운영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신부나 주교의 생활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나 성실하게 일한다.
신부들의 생활은 한 달에 약 2백원 정도이다. 그 중에서 50~60원은 집세로 지불해야 한다. 썩은 마룻바닥, 좁고 어두운 공간을 최대한 이용해서 침실과 사무실로 쓰는 중국 사제들의 모습은 우리 실정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천진 주교관의 모습도 신부들의 공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부러운 점은 신자나 신부 주교와의 간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주 다정한 형제처럼 모든 것을 나눈다.
분명한 것은 이들 역시 상당히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 교회의 구조에 따른 권위의식이나 계층 간 장벽이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난한 수녀원의 모습도 우리의 모습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몇 대에 걸쳐 신앙을 간직해온 집안의 자녀들이라 깊은 신덕을 지니고 있고 예비 수녀들의 모습은 아주 순수한 모습이었다.
②중국교회의 문제점
중국교회의 문제에 대해서 그들은 한결같이 세 가지 이유를 든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문화적 특성상 천주교의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신자들의 생활이 대부분 어려운 환경이기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단체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일날 미사를 지낼 뿐 다른 특별한 신심활동이 전무한 상태이다.
세 번째 이유는 다시 시작한 신앙생활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점이라 말한다.
특히 젊은 신부들이 부족하고 노인신부들이 많아 앞으로 많은 신부들이 배출되어야 하는데(신학교는 북경과 심양에서 6년 과정을 밟아 서품된다) 한족들의 경우 한 가정에 한 자녀만을 들 수 있는 상황이라 성소자들의 양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얼마 전부터 중국말로 미사를 드리기 시작했으나 중국말로 미사들 드리는 신부가 아직 적은 상태라고 한다.
③전망
중국 애국교회는 이제 막 싹을 틔워낸 교회의 모습이다. 아직도 많은 지하교회 신부, 신자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기에 이들과의 관계도 숙제로 남아있다. 바티칸과 중국정부와의 갈등은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그러나 애국교회 주교들 대부분은 비록 당에서 임명했지만 40년대에 서품된 사제들이기에 세계 가톨릭교회와 내면적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례의 토착화 문제, 성서공부나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면 아마도 훨씬 효과적인 복음선교가 이루어지리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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