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로사리오 성월을 맞아 올바른 성모신심의 고취를 위해 초기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의 성모신심과 로사리오 기도의 의미와 원리, 실천 방법을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성모신심에 관한 신앙 선조들의 전통을 잇고 그리스도 중심적 신심을 지향하는 참된 성모신심이 신자들 사이에 정착하길 기대해 본다.
선교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체득한 한국 가톨릭교회 초기 신앙 선조들은 성모신심에 대한 남다른 탁월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학문을 통해 가톨릭 신앙을 이해하고 성사 받기를 간절히 원했던 초기 신앙 선조들이 이승훈을 중심으로 가성직 제도를 마련, 신앙을 키워나가기 위해 모든 전례와 신심행위를 그대로 답습했던 그 열정을 볼 때 아마 성모신심도 한국교회 탄생 초기부터 신자들의 마음속에 뿌리 내리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17~18세기에 접어들면서 성모를 통해 그리스도께 봉헌하는 전적 위탁의 마리아 신심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체에 퍼져갔듯이 파리 외방전교회 신부들을 통해 성모신심이 초기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짐작된다. 신해박해의 기록을 보면 주문모 신부가 입국하기 전부터 이미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은 나름대로 성모께 대한 강한 신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의 성모께 대한 신심은 크게 세 가지로 표현되고 있다.
첫째 마리아가 지닌 존엄성이 그분이 구원사적 위치와 직능에서 나옴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 즉 성모를 ‘천주의 모친’으로 공경하는 행위, 둘째 마리아의 모성적 전구를 청하는 기도, 셋째 마리아께 자신을 바치는 봉헌 및 마리아의 덕행을 본받으려는 모방적 행위가 그것이다.
이들 성모 신심의 각기 다른 표현들은 서로 융합돼 초기 신앙 선조들의 신심 및 기도생활의 기초를 마련하고 박해자들의 칼날 앞에 신앙을 증거하는 징표로 나타나고 있다.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인정하고 성모의 탁월한 구세사적 위치를 공경하는 초기 신앙 선조들의 신심행위는 순교자들의 증거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교회 탄압의 시발점이 됐던 신해박해의 첫 희생자인 권상연(야고보)과 윤지충(바오로)은 아직 목자가 없는 이 땅에서 신앙을 지키고 모진 고문을 이겨내기 위해 ‘예수, 마리아’의 이름을 되내였음을 신해박해의 기록에서 알 수 있다.
기해일기에 기록된 이시임(안나)과 최성열(발바라)의 순교 장면에서도 두 순교자들은 “예수와 마리아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그들과 같이 곧 천국으로 올라가자 하시는데 어떻게 우리가 배교할 수 있으며 잠시 지나가는 목숨을 보존하려고 참된 생명과 영원한 행복을 잃을 수 있겠는가”하고 고백해 이들의 성모께 대한 탁월한 신심을 엿볼 수 있다.
둘째로 ‘마리아의 모성적 전구를 청하는 기도’는 신앙 선조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순교자 홍락민(루카)은 공무를 집행하는 중이나 집에 손님이나 친구가 찾아와도 로사리오 기도를 한 번도 궐한 일 없이 매일 드렸다고 한다. 순교자 이 막달레나 역시 자신의 마지막 삶을 로사리오 기도를 봉헌하며 기도하는 자세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셋째, 마리아께 자신을 봉헌하고 마리아의 덕행을 본받으려는 모방행위 역시 순교자들의 신앙 고백에서 잘 찾아 볼 수 있다. 순교 직전에 가족에게 보낸 이 루갈다의 편지를 보면 루갈다는 “우리 어머니 동정 마리아와 모든 성인을 본받아 쓸데없는 것에 정을 붙이지 말 것”을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주일 공소예절을 마치고 남은 시간에 로사리오 기도를 드리고 교리문답을 가르치는데 시간을 보냈다는 기록과 같이 초기 교회 때부터 남다른 성모신심을 보여 온 한국교회는 조선교구 설정과 함께 조선교구 주보를 성요셉에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초기 성모신심의 터전이 오늘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신심으로 전통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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