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서의 주제는 ‘잔치’입니다.
유대인에게 잔치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잔치가 바로 구원이며 그것이 또한 메시아가 오는 날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1독서(이사 25,6-10)의 잔치를 보면 아주 풍성합니다. 연한 살코기가 나오며 맑은 술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상을 차려 놓으시고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 잔칫상에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얼굴의 너울을 벗겨주시고 억울함을 풀어 주십니다. 다시 말해 그 잔치는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한 세상을 살았던 것에 대한 하느님의 보상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차려주시는 천상의 잔치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구원의 기쁨이며 그것이 바로 천당의 행복입니다. 만일에 그 날이 없다면 인생은 허무요 신앙은 아무 쓸모없는 허깨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보면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잔치를 거절합니다.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오라고 해도 안 오고 먹으라 해도 안 먹습니다. 그래서 초대의 손님이 바뀌게 되며 구원의 대상이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영감님이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서 음식을 맛있게 장만하고는 자녀들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한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큰 아들은 회사일이 바쁘다고 했고 둘째 아들은 자기 처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으며 셋째 아들은 공직에 있는데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부가 음식을 양로원에 가지고 가서 불쌍한 노인들에게 대접을 했답니다. 그런데 그 노인들이 얼마나 맛있게 음식을 드시는지 자녀들로 인해 받은 상심을 모두 보상 받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초대받은 사람들은 유대인을 말하며 특히 그들의 종교 지도자들을 지칭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는 충실한 신앙인들이었으며 메시아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백성이었습니다. 독서에 나오는 그 풍성한 잔치에 참석하기를 누구보다 원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금이 그들을 초대하자 초대에 응하지도 않으면서 심부름꾼들을 때리고 죽입니다. 그래서 구원이 유대인을 넘어서 아주 넓게 개방됩니다.
이젠 하느님의 초대에서 벗어나는 인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라와 민족과 신분의 차이도 없습니다. 창녀나 도둑이나 강도도 가리지 않으십니다. 어떤 죄인에게도 구원은 열려져 있으며 개방되어져 있습니다. 다만 예복을 입어야 합니다.
십자가 옆의 강도(루카 23,39-43 참조)는 죽기 전에 구원을 청했다가 그 자리에서 구원을 받았습니다. 간음했던 여인이나 문둥병 환자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죄인들이 예수님을 믿고 매달렸다가 구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경건한 신앙인이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나 율법학자들은 구원의 길에서 멀리 있게 됩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예복을 입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는 예복이 무엇입니까? 많은 신학자들이 여러 가지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근본적인 것은 회개와 믿음입니다. 회개와 믿음보다 더 좋은 예복이 없습니다. 구원은 율법이나 선행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믿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얼마나 큰 죄를 졌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자격도 없는 인생이지만 영광의 자리에 불리움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예복을 단정하게 입었는지 자신을 바라봐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께선 우리에게 풍성한 잔치를 베풀어 주셨는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주일 미사를 빠지고 있지는 않는지, 그리고 미사에 참석은 하고 있지만 잔치의 음식을 진정 하느님의 몸으로 믿고 감사드리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입니다.
하느님은 오늘도 여러분을 초대하셨습니다. 그 자리는 실로 은총의 자리요 축복의 자리입니다. 따라서 믿음의 예복을 단정하게 입고 선행의 사랑을 나누면서 잔치에 참석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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