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폐지 논란…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장 조영관 신부
“가톨릭계 학교 정체성 지킬 수 있는 방법 고민해야”
미사·고해성사 등 학교에서 이루어져
자사고이기에 제재 없이 종교교육 가능
성소자 교육·청소년 선교에도 효과적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장 조영관 신부는 자사고 폐지 논란과 관련해 “동성고는 자사고의 길을 결코 자발적으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한다.
조영관 신부(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장)는 정부와 서울시 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가톨릭 학교교육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하고 연구해 온 교육 전문가로서 동성고가 자사고의 길을 결코 자발적으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11년 전통의 가톨릭 명문사학 동성고는 ‘복음에 입각한 전인적 교육활동을 통해 믿음과 사랑으로 봉사하는 인간인 동성인을 길러내고자 한다’는 교육 목표를 내걸고 2009년 7월 14일 자사고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전국의 자사고들은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학교선택권을 통해 학부모와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 공교육의 질을 개선시키겠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 상위권 학생 독식, 고교 서열화 심화, 상류층 자녀 위주의 귀족학교화 현상을 드러내자 자사고 폐지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조 신부는 “동성고가 자사고의 길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톨릭계 학교들을 비롯해 모든 사립 고등학교들이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준공립화’되는 교육 현실 속에서 가톨릭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가톨릭적인 교육을 해 나가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톨릭 자사고로서 동성고가 꾸준히 진행해 온 두 가지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미래 사제 양성을 위한 예비신학생반 운영 ▲가톨릭 교육이념의 실현인 지성과 인성의 통합 교육을 들었다.
조 신부는 “사제 성소가 급감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 가톨릭교회 현실에서 동성의 예신반은 과거의 소신학교 역할을 담당하면서 어린 사제 지망자들에게 성소를 북돋아 주고 좋은 교육 환경 속에서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동성고 예신반에서 10~15명, 많을 때는 20명 가까이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신학과에 입학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가톨릭대 신학과 전체 입학생의 50~70%에 해당한다.
지성과 인성의 통합 교육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자사고와 인문계 고등학교들이 학업 성취와 대학입시 결과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동성고는 ‘탁월한 지성과 바른 인성을 갖춘 훌륭한 미래의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학업 성취와 대학입시를 위한 질 높은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면서도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인성 교육을 비중 있게 실시해 왔다”고 소개했다.
조 신부는 동성고가 재학생을 위한 세례와 견진성사, 미사, 고해성사, 피정 등 본당의 모든 기능을 다 맡고 있는 것도 자사고이기에 가능하다고 풀이했다.
특히 “동성고는 가톨릭 중심의 종교교육을 별다른 제재 없이 해 나가고 있다”며 “매년 동성고에서 40~50명의 학생들이 세례를 받고 있는데 서울대교구 전체 본당에서 고등부 학생들 세례자 수가 200명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 비춰 보면 동성고는 실로 대단한 청소년 선교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